모로코 전통음식은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존재감은 확실하다. 타진과 쿠스쿠스 두 음식은 모로코 식문화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모로코인들이 느끼는 자부심 또한 상당하다. 타진과 쿠스쿠스는 변형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쉽게 질리지도 않는다.
먼저 타진과 관련해 흔히 갖고 있는 오해를 해소하자면 타진은 특정한 요리 한 가지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타진은 원래 '냄비'라는 뜻이다. 토기그릇처럼 생긴 냄비에 요리한 모든 음식을 타진이라고 부를 수 있다. 흔히 모로코인들은 타진에 고기와 야채 등을 넣어 함께 쪄낸다. 타진 바닥에는 재료에서 우러난 국물이 깔리는데 이 국물에 빵을 찍어먹으면 맛이 좋다.
타진을 한국 요리와 비교하면 뚝배기와 비슷하다. 한국 사람들이 뚝배기 요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모로코 사람들은 타진에 온갖 재료를 요리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타진의 크기가 꽤 크지만 모로코의 어떤 식당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도시 사이를 잇는 작은 휴게소 식당에서도 타진 요리를 내놓는다.
쿠스쿠스는 쌀처럼 생겼지만 식감은 밀가루에 가까운 식재료다. 실제로 쿠스쿠스는 밀가루를 좁쌀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모로코에선 쿠스쿠스를 채소, 고기 등과 함께 먹는다. 다만 쿠스쿠스는 모로코에선 가족들이 모두 한 데 모여 먹는 음식이란 인식이 강한 탓에 여행객 혼자 식당에서 접하긴 쉽지 않다.
쿠스쿠스를 모로코인들이 먹을 땐 항상 거론되는 주제가 있다. 알제리가 쿠스쿠스를 자국의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SNS를 살펴보면 모로코인들과 알제리인들이 쿠스쿠스를 놓고 격한 논쟁을 벌이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쿠스쿠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식재료인 탓에 어느 한 국가가 쉽게 쿠스쿠스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진과 쿠스쿠스는 둘 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여러 영양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로코에선 사랑받고 있다. 특별히 한국인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향도 없어 한국에서도 먹힐 만한 음식이다. 서울 이태원에 가면 모로코 식당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니 이번 주말엔 타진과 쿠스쿠스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박금재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