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신규 랩 상품 출시 및 프로모션으로 시장 회복 위해 노력
업계는 지난해 랩 자전 거래 이슈 피해보상 없이는 신뢰 회복 어렵다는 입장
증권사의 투자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 랩어카운트 잔고 감소세가 가파르다. 업계는 올해도 랩 상품을 추천하고 있는 모양새나, 지난해 증권사 간 불법 자전거래 사건 적발 이후 잃어버린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듯 하다.
9일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발생한 불법 자전거래 피해보상과 관련해 일부 증권사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고객·내부통제·규모 등 각 증권사 마다 손해배상에 얽힌 사정이 달라 시일이 걸리는 듯하다”고 답했다.
이어 “아직 손해배상을 진행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금감원과 의견서를 교환하며 배상 기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잔고(계약자산)는 지난 2월 말 기준 90조8858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12조6515억원) 대비 19.3% 감소한 수치로 2년전인 2022년 2월 말(152조4173억원) 대비 40.37% 감소했다.
랩어카운트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맡기면 증권사가 투자자문과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등 전반적인 과정을 담당하는 개인별 자산관리 서비스다.
랩 상품은 2001년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최초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오랜 기간 국내 증시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잔고가 줄었고 지난해 증권사 불법 운용 이슈가 터지며 투자가 급감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를 대상으로 랩어카운트 운용과 영업실태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2년 전 레고랜드 사태로 수익률이 급락한 9개 증권사가 특정 고객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자전거래를 통해 타 고객의 계좌로 채권을 넘기거나 고유자산으로 손실을 보전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랩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크게 하락했고 현재까지 지속적인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는 올해도 꾸준히 랩 상품을 추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NH 드림팀 목표전환형랩 1호’ 랩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랩은 복수의 자문기관 운용전략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NH투자증권 Wrap운용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자문사별 균등 배분 비율을 전략적으로 조절해 목표 달성을 추구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신한 SHarp 글로벌 EMP 랩어카운트’를 추천했다. 이 상품은 신한투자증권의 전문성이 총집합됐다. 먼저 리서치센터의 시장·섹터 분석을 기초로 자산 배분 전략이 구성된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전략부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랩운용부가 투자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좋은 랩 상품과 프로모션으로도 당분간 랩어카운트 시장의 신뢰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랩어카운트 운용 과정에서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손실을 낸 증권사 중 일부는 1년 가까이 배상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에 연루된 교보·미래에셋·유안타·유진투자·하나·한국투자·KB·NH투자·SK증권 중 선제적 사적화해와 손해배상을 마친 곳은 NH투자증권과 SK증권 뿐이다.
그 외 증권사는 배상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나 대다수는 금융당국의 처분을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영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