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년간 5만명 채용 등 발표 후 구체적 업데이트 버전
- 구광모 "시장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 조기 확보…주력 사업 만들 것"
- LG AI연구원 출범 1년 만에 초거대 AI '엑사원' 개발 등 성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육성을 위한 5년간 약 100조원을 투자한다.
LG는 투자 금액의 절반 이상을 경쟁력의 원천인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LG는 지난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5년간 102조원을 국내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중 절반인 약 50조원은 AI와 바이오, 클린테크를 비롯해 배터리와 자동차 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미래성장동력 분야에 투입한다.
나머지 50조원은 기존 주력사업인 생활가전,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에 투자한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ABC'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미래 포트폴리오' 관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31명의 R&D 인재를 승진시키는 등 'ABC' 사업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승진 인사를 냈다. LG그룹의 R&D 임원은 203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구광모 회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2024년은 경기 둔화와 지정학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AI의 보편화·일상화, 탈탄소 전환 등 산업의 변곡점들이 뚜렷해 지면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LG는 저성장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넘어, 그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장 사업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주력 사업화할 것"이라며 "미래 사업은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키워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은 LG 그룹의 AI 연구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출범 1년 만에 초거대 AI '엑사원'을 선보이는 등 성과를 냈다.
LG는 AI 개발을 위해 '세계 10대 AI 석학'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비롯해 자연어 처리 분야 국내 최고 석학인 서정연 서강대 교수, 이문태 일리노이대 교수 등 인재를 잇달아 영입했다. 설립 당시 70여명이었던 LG AI연구원의 연구 인력은 현재 약 270명으로 급증했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 매출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 수출 등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미국 시장 내 자체 개발 신약 출시 기반을 구축했다.
LG화학은 항암 영역의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공급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M&A(인수합병)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첨단 바이오 기술도 확보한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8월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에는 충남 오송에 위치한 LG화학 생명과학본부 R&D 시설을 찾아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과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클린테크 분야로는 탄소중립과 제품 폐기물 순환체계 구축, 탄소 저감 등에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교환 시스템(BSS) 사업과 재생에너지 전력망 통합관리(EA)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해 독립기업 쿠루와 AVEL을 출범했다.
LG전자 자회사 하이비차저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본격 시작했다. 또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도 전기차 충전기 생산 공장을 건설해 현지 공략에 나섰다. LG화학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PLA) 분야에서 원재료부터 제품까지 통합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성장동력인 AI, 바이오, 클린테크의 핵심은 기술이고, 한국에서 미래성장동력 분야 최첨단 고부가 제품 생산기지,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 메카를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대규모 국내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의 국내 100조원 투자 발표는 2022년 발표했던 5년간(2026년까지) 국내 106조원 투자 계획의 후속 업데이트 버전이다. 당시 LG는 106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R&D 및 최첨단 고부가 생산시설 확충,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이 중 48조 원을 R&D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5년간 5만명을 신규 채용해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