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그린철강 정부 재정지원 2098억원에 그쳐
독일의 12분의 1, 일본의 9분의 1 수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스코의 녹색전환에 대해 ‘국가의 도움’을 언급한 배경에는 다른 나라보다 부족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있었다. 실제로 국내 철강산업에 대한 녹색전환 지원 규모는 같은 제조업 기반 국가인 독일과 일본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21일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포스코의 녹색전환에 대해 “큰 숙제 중 하나지만 포스코 혼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도 이 부분에 대해 노력하고 기업을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철강산업의 녹색전환과 관련해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철강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이른바 ‘녹색전환’이다. 철강산업의 녹색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탄소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산업경쟁력과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추세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무역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제도에 따라 비용을 부담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수록 더 많은 비용을 내는 구조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한 무역장벽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면, 철강기업은 EU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공정대로 철강 생산을 계속할 경우 2026년부터는 EU 수출을 위해 철강업계는 약 3620억원을 추가 부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등을 위주로 한 녹색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지원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재정 지원이 타국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2030년까지 철강산업 녹색전환에 지원하기로 한 규모는 2098억원에 불과하다. 독일이 발표한 철강산업 전환 지원 금액(2조5000억원)의 12분의 1, 일본의 녹색 철강 실증사업 지원금(1조7500억원)의 9분의 1 수준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필수적인 수소에너지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이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그린수소(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 생산비용은 kg당 최대 4.1달러로, 주요 33개국 중 가장 생산비용이 높을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을 하려면 수소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중요한데,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0% 미만으로 매우 적은 편”이라며 “현재 같은 상황에서 수소환원제철이 글로벌 기준이 될 경우 다른 나라 철강산업과 경쟁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