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이슈 대응 위해 철스크랩 사용량 증가 예상"
부족한 산업화 및 품질 향상 위한 기술 개발은 '숙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과 같은 제도가 등장하면서 기업의 탄소배출량이 산업 경쟁력과 맞물려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철강 산업의 순환경제 실현에 있어 철스크랩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종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철강업계에서 리사이클(Recycle)과 관련해 가장 활발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는 분야는 철스크랩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탄소중립 이슈 대응을 위해 철스크랩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제품의 품질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Tramp element(순환성 원소)를 제어하는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스크랩 검수 목적의 AI 시스템 도입뿐만 아니라 드론, 협동로봇,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이 철스크랩 산업 고급화를 위해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철스크랩이란 흔히 고철이라고 불리는 철 폐기물을 의미하는데, 철스크랩 기술은 전기로를 통해 철스크랩을 녹여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과 관련한 기술을 뜻한다.
철스크랩은 철광석, 원료탄과 함께 철강산업의 3대 원료로 꼽힌다. 용광로(고로)가 아닌 전기로를 통해 가공되고 철광석과 원료탄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원료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따른 주요국 철스크랩 시장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전기로 조업이 늘며 2021년 전 세계 철스크랩 소비는 2020년보다 4800만t 늘어난 6억7640만t을 기록했다. 세계 철스크랩 가용량을 근거로 한 발생량은 2020년 6억4000만t에서 2030년 7억7800만t, 2050년 9억64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미진한 수준에 멈춰있는 우리나라의 철스크랩 산업화 및 기술이다.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85~9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부족한 물량은 여전히 영세 고철업체와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스크랩 산업은 여전히 지역에 있는 영세업체들에 의존하고 있어 철스크랩 재활용의 사업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도 하나의 숙제다. 철스크랩을 원료로 하는 공정에서는 다른 공정에 비해 불순물이 어느 정도 포함될 수밖에 없어 완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철스크랩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품질 향상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철강업계와 정부 역시 철스크랩 산업화와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관련 투자를 비롯한 산업 육성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3사는 국내 철스크랩 산업 육성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일본 현지에 사찰단을 파견해 일본의 철스크랩 산업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