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대 6조원 손실 발생할 듯
오는 11일 자율 배상안 발표
금감원 "자율배상하면 과징금 경감 가능"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은행권에서만 1.1조원을 돌파했다.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금액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라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다음주 중으로 금융당국이 홍콩 ELS 투자자를 위한 자율배상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은행들은 자율배상과 과징금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할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던 게 사실이기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은행이 전체적으로 수조원 대의 과징금을 물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일 기준 국내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ELS 상품의 손실액이 1조649억원으로 집계됐다. 돌아온 만기가 2조11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손실율은 52.98%에 달한다.
손실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7일까지만 해도 9606억원이었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1043억원이 불어났다. 홍콩H지수가 지금과 같이 5000대에 머문다면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 가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늘어나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투자자에 일괄배상이 아닌 차등배상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사례별로 40~80% 일괄배상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번 홍콩 ELS 사태가 2021년 3월에 통과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투자 경험과 적합성 원칙,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따져 배상비율을 0%에서 100%까지 차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오는 11일 홍콩 ELS 자율 배상안이 발표된다. 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1일 자율 배상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위험에 대한 적절한 고지가 있었으면 금융권의 책임이 경감될 소지가 있으나 없었다면 원칙에 따라 적절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배상에 나서면 당국이 제재할 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헌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이 원장은 "과거의 잘못을 금전적으로 배상해준다고 금융권의 잘못이 없어지진 않는다"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어느정도 시정하고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과징금의 감경 또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자율배상과 과징금 중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자율배상을 한다고 과징금 처분을 받지 않을 순 없으나,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만약, 은행이 배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금소법에 따라 최대 수조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소법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날 경우, 수입(판매금액)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물게 된다.
2021년 이후 5대 시중에서 판매된 홍콩 ELS의 잔액이 15조9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7조95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내야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과징금의 규모는 현재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현장검사가 진행 중이기에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