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9360억원에 달해
닛케이지수 판매 잔액 7조 육박
"홍콩 ELS보단 손실 규모 작을 것"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 상품의 손실이 금융권에서만 결국 1조를 넘어섰다. 이 중 은행 손실 분만 해도 9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연일 고점을 갱신하고 있는 닛케이지수 기반 ELS 상품 잔액 또한 7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홍콩 ELS 사태가 추후에 재연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론 고점일 때 ELS 상품을 사는 것은 추천하진 않는다"면서도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상품 판매를 중단해 앞으로 닛케이 ELS발 피해는 지금처럼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의 홍콩 ELS 손실 금액이 1조1405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상환 금액 2조1130억원 중 54%가 손실을 입은 셈이다.
홍콩 ELS 상품의 82.1%가 은행권에서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이 기록한 손실은 9360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H지수가 지금과 같이 5000대에 머문다면 올해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 정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도래하는 홍콩ELS 만기 금액은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총 10조2000억원이다.
이에 우리은행을 제외한 4개 시중은행은 올해 1월 말부로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우리은행의 경우 홍콩ELS 상품 판매 잔액이 애초에 타 시중은행 대비 적었던 만큼 다른 ELS 상품은 계속 판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홍콩 ELS 사태가 마무리되기도 전인 현재 다른 ELS 상품을 중심으로 대규모 손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작년 12월까지 판매한 닛케이지수 연계 ELS 상품 잔액은 6조9747억원에 달한다. 주요 은행들이 1월까지 해당 상품을 취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2월 말 현재 판매 잔액은 7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별로 판매잔액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2조9129억원 규모의 닛케이 ELS를 팔아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 1조9049억원, 신한은행 1조6499억원, 우리은행 4873억원, 농협은행 197억원 순이다.
문제는 닛케이지수가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기준 닛케이지수는 39239.52를 기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심지어 버블 경제 시기인 1989년을 뛰어 넘는 수치다.
홍콩H지수가 2021년 당시 12000을 찍으며 고공행진을 보였지만 현재 반토막 났다는 사실을 미루어볼 때 닛케이지수 역시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에 3년 뒤 제2의 홍콩 ELS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닛케이지수는 현재로서 추가 상승기대감이 있고, 지수 고점에서 ELS 상품을 산 사람들이 홍콩 ELS와 비교하면 적다"며 "손실을 보는 사람들이 3년 뒤 생길 수 있지만 조단위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