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피해자 모임, 각기 다른 이유로 공감 못 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에 대해 금융사의 자율배상을 언급하자 은행권과 피해자 모임이 각기 다른 이유로 난감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이 금감원장은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 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로라도 먼저 배상을 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불법이 아니면 금융사가 아무런 책임을 안 질 것이고 결국 소비자가 법원(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들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배상 규모에서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금융사들이 수긍하고 자발적으로 일부를 배상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일단 유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자율 배상과 관련해 “금융사의 내부결정으로 자체 배상안 마련이 어렵다고 한다면 특별히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다”고 밝혀 강제적인 조치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사들이 자율 배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지는 미지수다. H지수 ELS 최대 판매 업권인 은행권에서는 과거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달리 ELS가 공모펀드인 점, 주주이익과 상충하는 문제 등을 들어 자체적인 배상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ELS 같은 경우 사모펀드가 아닌 공모펀드이기 때문에 과거 DLF 사태와 같은 기준으로 배상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임의적으로 자체 배상을 할 경우, 배상 기준을 마련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주주이익과 상충돼 배임 등의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실 배상의 또다른 당사자인 피해자들의 여론도 좋지 않다. H지수 ELS 손실 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은행이 스스로 자율배상안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강력하게 은행권에 배상하라고 해야 배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피해자 모임은 지난 6일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은행이 법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손실에 대한 배상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금감원과 관계 당국이 이를 구체적으로 집행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금감원장이 밝힌 의견에 금융사, 피해자 단체가 공감하지 않고 있어, 금감원이 향후 발표할 배상기준안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1차 검사를 곧 마무리하고 설 연휴 이후 2차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정창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