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도 제대로 잡히지 않아…리스크 범위 알기 어려워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택 시장에 비해 수요가 적은 비주택 부문의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시행사 및 건설사가 자기 자본을 투입하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택 부문에 비해 정부과 국민적 관심이 떨어져 비주택 부문에 대한 지원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수요는 없는데 남아돈다…너도나도 ‘손사래’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 숙박시설 등을 말하는 비주택 부문에 대한 미분양 리스크는 오래동안 지적돼 왔다.
투자 광풍을 불러왔던 지식산업센터는 공실을 메우지 못해 놀고 있는 공간이 허다하다. 오피스텔 역시 경쟁률 1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수요는 없는데 공급이 많은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아직 공사 중인 지식산업센터도 수두룩해 공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때 완판에 웃돈까지 붙었지만 비주택 부문의 미분양 리스크는 더 커질 예정이다.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영역에 대한 관심은 살아나기 어려워 보인다.
비주택 부문은 국민적 관심에서 밀려났을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주택 부문 정책이 쏟아지는 동안 비주택 부문에 대한 가장 최근 정책 지원은 지난 ‘9・26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나온 건설자금 지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비주택 부문”이라고 지적하며 “정책에서도 소외되어 있고, 심지어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리스크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 분양 안되니 ‘제 살 깎아먹는’ 건설사…악순환 끝에는 도산 뿐
단지 비주택 부문이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한때 몰아쳤던 투자 광풍으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비주택 부문 공사에 우후죽순 뛰어들었고 이 가운데는 특히 중소 건설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중소 건설사들이 계약 과정에서 체결하는 약정 내용이다. 많은 중소 건설사들이 ‘책임 준공’ 약정을 체결한다.
‘책임 준공’이란 미분양 등 공사비 회수가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시공사가 책임지고 공사를 완수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미분양이 생겼을 때 공사비 회수 및 수익을 보지 못하면 건설사는 자기 자본을 공사에 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공사 완료 후 분양이 잘 돼서 공사비 환수가 되더라도 PF 대출을 받은 데에 따라 대주단이 먼저 수익을 챙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건설사는 한 푼도 못 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만일 공사 완료 후에도 분양이 안된다면 건설사는 PF대출 상환 부담과 축소한 자기 자본에 대한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며 최악의 경우 도산하게 된다.
권준성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증권사의 경우 23년 상반기 연체율이 5%를 초과하고 있어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도 건설사들의 PF보증금액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라며 “다만 PF보증금액의 절대적인 규모나 건설사들의 재무 대응 능력을 감안했을 때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리스크 부각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책임 준공 약정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는 “많은 중소 건설사들이 계약 당시 책임 준공 약정을 한다”라며 “불공정한 약정이지만 그 조항을 넣지 않으면 PF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하는 약정인 것이다.
자기자본이 크고,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력이 좋은 대형 건설사들은 이런 상황에 처하더라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중소건설사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원자재 값이 재작년에 비해 50% 이상 수준 오르는 등 외부적인 변화 역시 중소건설사들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다.
한편, 올해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는 5일 기준 518곳으로, 지난 10년 이래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박현정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