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지난해 사회공헌 사업에 1.2조 지원
"대출 고객, 예금 고객 모두 은행의 고객"
"예금 잘 돌려드리려면 수익성 유지 필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종노릇' 발언을 비롯해 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은행권에서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을 비판하는 이유 중에 동의할 만한 것도 있지만, 너무 한 쪽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전했다.
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최근 은행 비판 여론에 대해 "은행 임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높은 건 맞지만, 그만큼 은행이 사회공헌에 많이 기여해 온 부분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비판 여론과 관련한 질문에 "모두가 경제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표상으로는 은행만 호황이니까 비판 여론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은행에 대한 국민적 기대의 반영이기 때문에 마냥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여론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앞장서 왔던 건 늘 은행이었다"며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 특별지원 대출 등 국가적 위기가 오면 은행이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섰는데도 최근과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연합회와 회원기관이 사회공헌 사업에 지원한 비용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38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6.6% 증가한 규모다.
은행 임직원의 상여금 및 퇴직금 규모가 비판의 목소리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퇴직금 같은 경우는 평균 근속연수를 반영해서 지급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모든 직원이 희망퇴직금을 6억, 8억씩 받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은행연합회가 1일 발표한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총 상여금은 2조2988억원으로 집계됐으며, 2357명의 희망퇴직자에게 지급된 희망퇴직금은 1인당 평균 3억5548만원이었다.
상생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서민들과 취약계층 보호는 당연히 신경써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은행권 때리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금리를 올려 이른바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안을 균형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하는 고객 뿐만 아니라 예금을 맡기는 고객 입장도 생각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하는 분도 은행 고객이지만 예금을 맡기는 분도 은행의 한 고객"이라며 "맡긴 예금을 이자와 함께 잘 돌려드리는 것 역시 은행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예금을 잘 돌려드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 금융 시스템이 굴러가는 것인데, 너무 한 쪽 사이드에서만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이 직접 은행 비판 발언을 이어가면서 은행을 상대로 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정창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