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된 시장 보유한 완성차와 다른 사업전략 펼칠 것
-다양한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 소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사·그룹사 간 협업 체계 구축할 것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까? ‘로봇’과 ‘지배’라는 단어의 범주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종종 등장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기도 하고,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랩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로봇은 인간과의 공존을 꿈꾼다. 신체에 장애가 있는 운동선수와 경기에 출전해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를 보조해 작업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증대한다.
아직까지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로봇은 서빙 로봇 등으로 한정돼 있지만, 현대차 로봇틱스랩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녹색경제신문>은 현대차 로보틱스랩이 개발 현황과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해 전하는 생생한 현장을 담아왔다.
■ 로보틱스랩의 중장기적 목표는 그룹의 매출 20%를 달성하는 것
현대차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2020년 최고 경영층에서 로보틱스랩에 큰 목표를 주셨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에서 매출 50%, AAM에서 매출 30%, 그리고 로보틱스랩에서 매출 20%를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의 매출을 분석해 본 결과, 당시 그룹의 매출이 170조원이었다”면서, “그 중 20%는 약 34조원으로, 당시 기아가 34조 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로보틱스랩이 중장기적으로는 기아 정도의 회사로 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로봇 하드웨어를 팔아서 34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로봇으로부터 발생하는 서비스에서 가치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고, 이후 로봇틱스랩이 CPS 기반의 로봇 서비스 사업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CPS(Cyber Physical System)란 차별화된 하드웨어와 내재화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바퀴·다리·팔 등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로봇에 인공지능·지능형 관제·지도와 자율이동 등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물류 및 배달·전기차 자동 충전·개인 이동 수단 등의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 성숙된 시장을 보유한 완성차와 다른 사업전략 펼칠 것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완성차는 시장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분석을 먼저 진행하고 그 시장에 맞는 상품이 기획돼 차량이 연구된다”면서, “로봇틱스랩은 아직 성숙된 시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로봇틱스랩은 기술을 내재화하고, 내재화된 기술을 통해서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제품들을 시장에 조금씩 선보인 후 반응을 보면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로보틱스랩이 보유한 다양한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 소개해
먼저, DnL(Drive and Lift)은 ‘모듈 기반의 12자유도 모바일 로봇 플랫폼’으로, 주행하면서 몸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다양한 상부 모듈과의 결합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보틱스랩은 DnL 기술이 접목된 MobED(Mobile Eccentric Droid, 모베드) 로봇의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모베드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내년 말 쯤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바일 플랫폼은 오픈 플랫폼으로 시장에 제공할 예정이며, 고객들이 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위에 얹을 수 있도록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최근에 협업 제안이 들어왔던 것은 유럽의 프리미엄 유모차 업체”라며, “모베드라는 플랫폼 위에 유모차를 얹어보고 싶다고해서 같이 협업 논의를 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WBC에서 KBS가 모베드 위에 카메라를 얹어서 촬영이 진행됐다”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모베드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모베드의 굉장한 강력한 USP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모베드 플랫폼은 주행하면서 몸체를 수평으로 유지할 수 있는데, 경사로나 굴곡진 곳에서도 수평으로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보틱스랩측은 이러한 강점들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요청을 받고있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틱스랩은 또다른 모바일 플랫폼으로 PnD(Plug and Drive) 모듈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모듈은 ‘기능통합모듈’로 주행·조향·제동·인지센서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영업 거점에서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로봇 ‘DAL-e’가 해당 모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DAL-e는 대리점에 고객들이 들어오면 인사를 하고, 원하는 차량을 설명하며, 시설 안내도 한다. 또한, 어른와 아이를 구분해 아이에게는 춤을 보여준다든가 사진을 찍어주는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국내 영업 거점을 넘어서 북미에서도 DAL-e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현재 영어를 배우고 있고 다 배우면 북미쪽으로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보틱스랩이 보유한 모든 기술이 총망라된 로봇으로 가격이 굉장이 비싸기 때문에 시장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원가절감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도 소개했다. 이 로봇은 다양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로봇 플랫폼으로 ‘16자유도 관절 형태의 운동을 하는 4족 기반의 로봇’으로 알려졌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서 있을 때도 배터리가 소모돼 약 1시간 30분 정도 작동한다는 단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퀴를 탑재하는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의 스팟에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얹어서 기아 광명 공장 야간 순찰을 맡기고 있는데, 직원들이 퇴근한 후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돌아다니면서 문단속이나 화재감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와대나 관공서 등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어서 위와 같은 하드웨어 기술에 적용되는 VISION AI System, Dialogue System(자연어 처리), Autonomous Navigation(자율 주행)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소개했다.
VISION AI System은 카메라를 기반으로 로봇 주변의 환경이나 사람들을 인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Dialogue System은 자연어 처리 기술로, 로보틱스랩은 이 시스템을 개발해 고객들과 로봇이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사실 자동차 회사에서 왜 로봇을 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있으신데,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인지 판단 제어 기술과 로봇에 들어가는 인지 판단 제어 기술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자연어 처리와 관련해서는 조금 차이점이 있다”면서, “로봇은 소음이 굉장히 많은 공간에서 고객과 대화를 해야하기 때문에 노이즈 캔슬링이 굉장이 중요한 반면, 자율주행차에서는 소음이 없는 상황에서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Autonomous Navigation(자율 주행)의 경우 현대차가 가장 큰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부분으로, 장애물이 나타나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로보틱스랩과 경쟁사의 모바일 플랫폼을 비교했을 때 로보틱스랩이 속도는 느려도 목적지까지는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로보틱스랩, 보스턴 다이내믹스사·그룹사 간의 긴밀한 협업 체계 구축
로보틱스랩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와 어떤 관계인지 많이 물어본다”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사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로보틱스랩과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사는 사람하고 교류하는 기술보다 환경과 교류하는 기술을 주로 연구해온 반면, 로보틱스랩은 전기차 충전용 로봇·AI 서비스 로봇 등 사람과 교류하는 로봇들을 개발해왔다”면서, “시너지 창출을 위해 로보틱스랩 연구 인력들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파견돼 공동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양사가 연구개발에서 양산으로 조금씩 전환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생산망이나 공급망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현대위아·현대로템·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내에서도 로보틱스를 연구하는 계열사들이 있고, 전체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