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LG전자, 사업 규모 확대 주력...삼성전자도 본격화하면서 세계 이목 집중
- KT·LGU+ 등 통신사는 ‘서비스 로봇’ 유리한 조건 선점...제조사와 시너지 강화
- 네이버, HD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클라우드-산업-협동 기반 로봇 분야 두각
<녹색경제신문>이 창간 13주년에 맞춰 <녹경 빅픽처> 시리즈 기획을 진행합니다. 우리나라가 향후 차세대 첨단산업 등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성장동력의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려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New Normal), 엔데믹(Endemic) 등 시대 변화는 물론 '한류(Korean Wave, Hallyu)' 확산에 따른 AI(인공지능), 로봇, 미래차,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K-인더스트리(K-Industry) 전반의 시너지까지 고려한 기획입니다. <녹색경제신문>이 어려움 속에서 성장해왔듯이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 위기 극복을 넘어 큰 도약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註)]
SF영화 속 단골처럼 등장하는 로봇. 미래산업 중 가장 대표적인 첨단 기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로봇 산업에 대한 이목은 더욱 집중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하니 사람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 일거리가 있는 것처럼, 로봇이 진출할 분야는 이 사회에 무궁무진하다.
업계에서는 로봇이 미래의 국가 기간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의 항공·해운·조선·통신·전력·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기초산업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로봇 개발 및 실제 사업까지 진행 중인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만남에서 “업계 많은 분들이 로봇을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으로 지목하고 있다”라며, “로봇 기술이 어느 정도 올라온 상태에서 한국은 특히, 제조 부문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제품 내구성 측면에 자신 있는 국내 중소업체나 스타트업들이 너도나도 로봇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로봇도 결국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산업이다. 기술력으로 둘째가라 하면 서러운 대한민국이 세계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다. 그만큼 기술개발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는 추세다.
문제는 한국 로봇이 저가 공세로 밀어붙이는 중국 업체들에 또다시 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한국 기업들은 로봇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을 때쯤이면 결국 가격은 하향 평준화될 것이며, 마침내 기술력이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로봇사업을 키우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지 하나씩 짚어봤다.
◇ 한발 먼저 시작한 현대차·LG전자, 남다른 스케일로 시장 압도
현대차그룹과 LG전자가 국내 주요 기업 중에는 로봇사업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건 기업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2018년 미래 혁신 성장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선정한 뒤 로보틱스 팀을 신설했으며, 이를 연구개발(R&D) 조직인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해 기술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초 CES 국제 행사에서 로봇을 처음 선보였다가, 2019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로봇사업센터를 출범하고 로봇 개발을 본격화했다.
일찌감치 로봇 시장에 뛰어든 만큼, 사업 스케일 또한 큰 편이다. 특정 용도에 국한된 다른 기업들과 달리 현대차와 LG전자의 로봇은 다방면으로 퍼져 있다.
현대차는 로봇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완성차업체로서는 글로벌에서도 손꼽힌다.
현대차그룹의 로봇은 초기 공장 등에서 단순 반복 작업하는 1세대 산업용 수준이었다면, 2021년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에는 로봇 개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2세대 지능형 로봇과 3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로봇 개 ‘스팟’의 경우 지난해 CES 발표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등장에 관람객들의 시설을 끌기도 했다.
이어 사람이 직접 입는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에도 집중하고 있다. ‘벡스(VEX)’와 ‘첵스(CEX)’라는 이름의 산업용 제품을 세계 최초 상용화한 데 이어, 의료용 제품인 ‘멕스(MEX)’까지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보행이 어려운 이동 약자를 위한 재활 기능의 의료용 로봇 ‘엑스블 멕스(X-ble MEX)’의 브랜드 상표 등록을 마치고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투자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지난달 AI 반도체 전문 스타트업 ‘딥엑스’와 로봇플랫폼용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대차의 로봇 개발을 도맡은 로보틱스랩은 AI 로봇 ‘달이’,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배송 로봇까지 다방면의 로봇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실제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LG전자 역시 로봇에 대한 포부가 남다르다.
‘LG 클로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호텔 솔루션부터 시작해 병원, F&B 등 각종 상업용 로봇에서 강점을 두각하고 있다. 아울러, 물류 로봇의 글로벌 진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LG전자는 “상업용 로봇 시장에서 실내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멀티 로봇 운용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배송 물류 로봇 중심의 사업 전개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류 로봇은 국내 주요 물류센터 외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 협력을 현재 추진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먼저 형성된 식음료 영역을 볼륨 존으로 먼저 활용하고, 물류 영역의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서 배송 물류 로봇의 자동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자 한다”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다양한 업종과 제휴 협력을 강화하고 회사 내 로봇 연동 기술을 확대하는 한편, 계열사와의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등 솔루션 사업 모델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직접 개발 안해도 유통 역할 톡톡”...통신사가 서비스 로봇에 유리한 이유
한편으로 LG전자가 서비스 로봇에서 노리는 중요한 파트너십 전략 중 하나가 바로 국내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이다.
LG전자는 “서빙 로봇의 경우 국내 주요 통신 사업자와의 사업 협력을 통해 올해 의미 있는 수준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실, 통신사는 직접 로봇을 개발하지는 않지만, 서빙 로봇 유통 부문에서 매우 유리한 사업조건을 갖추고 있다. LG전자 등 로봇업체와의 협력 시너지를 크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으로 지목된다.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업용 로봇은 사실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가 하기에 워낙 좋은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빙이 필요한 식당이나 카페를 비롯해 방역 등이 필수인 호텔 등에는 모두 전화와 인터넷 통신이 설치돼 있다. 통신사 직원들이 인터넷을 설치하면서 매장 사장님들에게 함께 내미는 것이 서비스 로봇 제품을 안내하는 팜플렛”이라며, “결국 통신사가 서비스 로봇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1순위 사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밖에 5G 통신·네트워크 인프라를 포함해 AI 등 첨단 기술까지 통신사에서 모두 다루고 있으니 로봇 고도화 측면에서도 상당 부분 유리한 점을 지니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KT의 경우 지난해 이미 LG전자와 손잡고 서비스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로봇 유통·판매 차원의 협력을 넘어 차세대 로봇 연구개발과 정부 로봇 과제까지 파트너십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KT는 최근 주행 기능과 마케팅 요소를 보다 강화한 신규 서빙 로봇 2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빙과 실내·외 배송, 방역, 돌봄까지 로봇 라인업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얼마 전 LG전자의 클로이 서브봇을 활용한 ‘U+서빙로봇’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라인업을 개선한 3세대 서브봇으로, 경로를 설정해두면 클로이 로봇이 AI와 카메라로 장애물을 피해 음식과 물건을 안전하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을 통해 로봇의 경로를 원격으로 설정하는 U+서빙로봇 모바일 앱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삼성이 로봇에 뛰어들면?...연내 출격 ‘EX1’에 쏠리는 눈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삼성전자도 마침내 로봇 시장에 도전장을 공식화했다. 그래도 삼성은 삼성이다. 세계 최고 규모의 제조회사가 로봇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로봇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당사의 로봇사업팀은 올해 출시될 ‘EX1’이라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로봇으로 현재 많은 부분이 대체되고 있으며, 이 분야에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로봇 비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 같은 ‘EX1’이라는 제품에 큰 관심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연내 출시 예정인 첫 상용화 로봇 ‘EX1’은 ‘시니어 케어’에 특화된 보행보조 기구 로봇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아직 상용화하지는 않았지만, 웨어러블 보조 로봇 형태인 ‘젬스’라는 제품을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선보인 바 있다. EX1이 이 제품의 발전된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특허청에 ‘운동보조장치’와 관련된 기술 10건을 출원했으며 그해말에는 ‘운동보조장치 및 이를 제어하는 방법’이라는 명칭의 특허를 내기도 했다.
삼성이 최근 지분투자를 단행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2족·4족 보행로봇, 협동로봇(로봇팔)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로봇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당사의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국내 로봇 제조사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을 인수하기도 했다. 조만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완전히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등 삼성은 관련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이밖에도 네이버, HD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이 클라우드-산업-협동 기반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네이버는 신사옥 1784에서 로봇과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차세대 업무 공간을 실험 중이다. 서비스 로봇 '루키' 100여 대가 돌아다니며 사무실에 커피를 배달하거나, 우편물을 자리까지 가져다주는 등 서비스를 한다. 루키는 클라우드에 자율주행, 로봇 제어 기술 등을 갖춘 로봇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각각의 기기를 작동시킨다.
HD현대 자회사 HD현대로보틱스는 국내 산업용 로봇 분야 1위 기업이다. 산업용 로봇은 공사현장이나 위험한 작업장에서 사람을 대신한다.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로보틱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협동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사람의 업무 중 일부를 대신하는데 최근 외식 사업에 특화된 협동로봇 E시리즈를 출시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