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최상위 A+ 중 유통기업 없어... 안전사고 발생기업 ‘불이익’
- 코스닥 부문 현대바이오랜드, 지배구조 부문 롯데하이마트 우수상 수상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ESG에 더욱 예민한 유통 및 식음료 분야 기업들(이하 유통가)은 올해도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국내 유수의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거둔 기업들이 있는 반면 불의의 사고 등으로 등급 하락을 겪게 된 기업도 있었다.
국내 상장사 974개 기업에 대해 ESG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공표하며 대표적 ESG 평가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ESG기준원(원장 심인숙, 이하 KCGS)은 최근 올해 ESG 등급을 발표했다.
S, A+, A, B+, B, C, D 등 7개 등급으로 분류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하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ESG 수준을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KCGS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개정된 모범규준을 평가모형에 반영함에 따라 ESG 경영체계 고도화를 이루지 못한 기업들의 등급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올해 평가에서는 모형 개정의 영향으로 ESG 수준이 양호한 기업(‘B+’ 등급 이상)의 비율이 2020년 수준(32%, 전년대비 10%p 감소)으로 감소했으나, 상위권 기업의 경우 평가모형 개정의 영향이 적었다.
또 부정적인 ESG 이슈를 반영하는 심화평가 비중 증가로 부정적인 이슈가 많이 발생한 기업을 중심으로 총점이 하락했다.
통합등급 기준, 전체의 33%가 D등급으로 평가됐으며, D등급 증가 원인은 ESG 수준 취약군(‘B’ 등급 이하) 내에서의 하향 이동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바이오랜드·롯데하이마트 우수상 수상으로 유통가 자존심 세워
올해도 통합등급 ‘탁월’을 의미하는 S등급 기업은 없었다. 그 다음 통합 등급 ‘매우 우수’ 인 A+를 받은 기업은 KB금융지주, SK, SK케미칼, 신한지주, 지역난방공사 등 5개 사로, 이중 KB금융지주가 ESG부문 대상을, 최우수기업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선정됐다.
유통가에서는 현대바이오랜드가 코스닥 부문에서 ESG우수기업으로, 롯데하이마트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현대백화점그룹 종합 헬스케어 계열사인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바이오랜드는 체계적인 환경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친환경 제품·서비스 연구개발을 지속해 환경보전 실적을 개선하는 등 ESG 경영 실천에 노력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철저하고 진정성 있는 ESG 경영 기준에 맞춰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협력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 정책을 강화해 상생협력 기반을 마련한 노력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정기적으로 환경경영위원회를 열고 체계화된 환경경영 전략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한, 협력사와 성과공유제를 통해 손익 개선 효과를 얻는 동시에 동반성장을 실천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주민 협의채널을 운영하는 등 이해관계자의 상생협력을 제고해 나가고 있으며,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이사회 및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제도도 도입했다.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ESG 책임경영 강화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으로도 앞장 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바이오랜드가 2년 연속 ESG 우수기업에 선정된 반면, 현대백화점은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 발생으로 인해 S(사회) 분야 등급이 A+에서 A로 하향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또 롯데하이마트는 ▲이사회 중심 ESG 경영 체계 구축을 통한 비재무 리스크 관리 강화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ESG 분야 전문성 발휘를 위한 이사회 활동 적극 지원 ▲이해관계자들과의 활발한 소통 등이 인정받아 지배구조 우수상을 받았다.
롯데하이마트는 작년 9월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 내 ESG경영을 총괄하는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전담 인력을 구성해 전사적인 ESG 경영기획 및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8차에 걸쳐 ESG 위원회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이사회 운영을 통해 비재무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 위원장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을 더했다. 또한 고객, 주주,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경영활동을 홈페이지, 전자공시 등에 자발적으로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ESG 부문별 활동 내용과 성과를 담은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 ‘For Your Family’를 발간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임직원이 다함께 노력한 결과 좋은 결실을 맺게 됐다”며 “앞으로도 롯데하이마트는 진정성 있고 지속가능한 ESG 경영을 실천해 더욱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A(우수) 등급에 유통가 다수 포진... 지난해 풀무원 같은 슈퍼스타 없어 아쉬워
유가증권 및 코스닥 기업 중 123개 기업(유가증권 116개, 코스닥 7개)이 A등급을 받았다.
그중 BGF리테일, CJ제일제당, GS리테일, LG생활건강, SK네트웍스,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지주, 롯데하이마트, 빙그레,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 애경산업, 오리온, 오리온홀딩스, 이마트, 케이티앤지, 풀무원, 한샘, 현대그린푸드, 현대리바트,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호텔 신라(이상 유가증권기업)와 CJ프레시웨이, 매일유업, 현대바이오랜드(이상 코스닥) 등 유통가를 대표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반면 ‘매우 취약’을 의미하는 최하등급인 D등급을 받은 유통가도 있었다.
D등급 342개사 중 BYC, 남양유업, 농심, 대한제당, 대한제분, 동원수산, 동원시스템즈, 롯데관광개발, 마니커, 모나리자, 모나미, 비비안, 사조대림, 사조산업, 사조오양, 서울식품공업, 신성통상, 신영와코루, 쌍방울, 이월드, 퍼시스, 한성기업 등 유통가 유명 기업들의 이름도 다수 D등급에서 발견돼 분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KCGS는 “평가모형이 ESG 경영에 대한 리더십의 역할을 중심으로 개편된 만큼 실무진 중심의 단편적인 ESG 개선이 아닌 이사회 및 최고경영진 중심의 ESG 체질 개선이 전제돼야 ESG 수준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올해 유통가 ESG 성적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난해 대상을 받은 풀무원 같은 슈퍼스타는 나타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탁월한 ESG 리더십을 보여 유통가가 다시 대상을 탈환하길 기대해본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