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 조직 등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자 전에 없었던 새로운 딜레마도 발생했다. 배송과정 중 상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하게 포장해야 하는 과제와, 과도한 포장을 줄여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과제가 상충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대표주자인 쿠팡도 이 딜레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쿠팡은 포장의 전체 프로세싱을 연구하는 팀을 출범시켜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쿠팡 패키징팀의 시작이었다.
탄소배출 저감 위한 배송과 포장의 혁신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는 용어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 배송, 소비 등의 과정에 따라 발생되는 탄소의 양을 의미한다. 과정이 길어질수록 탄소발자국은 늘어난다.
보통 이커머스 서비스는 상품이 고객에게 도착하기까지 여러 중간 유통사를 거쳐야 한다. 긴 유통단계는 매 단계마다 제품을 운반하기 위한 차량운행을 발생시켜 필연적으로 탄소발생량을 증가시키고, 유통단계별로 포장을 해야 하니 그때마다 폐기물이 발생한다.
반면에 쿠팡은 시작(상품매입)부터 끝(배송)까지 쿠팡이 모두 책임지는 ‘엔드-투-엔드(End-to-End)’ 혁신을 이뤄내서 유통단계를 혁신적으로 줄였다. 전 과정을 쿠팡이 직접 운영하니까 빠르고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
특히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인구의 70%가 쿠팡 배송센터로부터 10Km 이내에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쿠팡은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 때문에 고객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덕분에 상품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포장과 탄소배출까지 줄이는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 살아있는 전복이나 꽃게 등 신선한 식재료를 현지직송으로 배송할 수 있도록 쿠팡은 지난해 미니물류센터를 런칭하고 현지에서 검수/검품을 진행하고 있다. 쿠팡의 End-to-End는 판매자와 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유통혁신으로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동시에 고객에게도 더 신선한 제품을 배송할 수 있게 한다.
직매입한 제품을 직접 포장하고, 직고용 배송직원이 배송의 전과정을 이해해 안전하게 배송하니 과도한 포장이 불필요하다. 대부분의 제품이 커다란 상자나 완충재없이 얇은 비닐로만 포장해 발송되고, 휴지나 생수, 기저귀 등 일부 제품은 포장 없이 제품에 송장만 붙여 배송된다. 쿠팡 배송 제품의 80% 이상은 박스 포장이 아닌 형태로 배송되고 있으며, 입고된 상태 그대로 추가 포장 없이 배송되는 상품도 20%에 이른다.
쿠팡이 직접 배송하니 포장재도 회수해 재사용 할 수 있다. 재사용 보냉백인 ‘프레시백’을 통해 쿠팡은 더 빠르고 편리한 신선식품 배송을 제공하면서 친환경 배송까지 가능케 했다. 쿠팡 고객이 주문하는 신선식품 10개 중 7개는 프레시백으로 배송되며 하루평균 약 31만 개의 스티로폼 상자 사용을 대체하고 있다. 이는 여의도 6.5배땅에 연간 9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다.
쿠팡 패키징팀은 다양한 제품 종류에 따라 포장재에서부터 포장 방법, 배송방법까지 통합적으로 고민하는 팀이다. 제품을 안전하게 고객에게 전달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포장재 부피 저감과 원재료 개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쿠팡 패키지팀 관계자는 “쿠팡에서 배송되는 프레시 제품의 70%는 프레시백이라고 부르는 재사용 보냉백을 사용하고 있다”며 “포장재 재사용을 위한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운영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하면 보통 종이박스를 떠올린다. 쿠팡도 처음에는 대부분의 제품을 박스포장해 배송했으나, 현재는 전체 제품 중 20% 미만이 박스로 포장되고 나머지는 다양한 포장재로 배송되고 있다.
쿠팡 패키지팀에 따르면, 일반 온라인 쇼핑몰은 배송을 택배사에게 의뢰하니 제품이 도중에 어떻게 취급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두꺼운 상자에 완충재 등으로 과잉 포장해 제품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쿠팡은 직접 배송하니 라스트 마일까지 제품을 안전하고 신중하게 취급할 수 있고, 그만큼 과잉 포장이 불필요해진다. 그래서 얇은 비닐백에 제품을 담아 배송하는 ‘싱귤레이션’이라는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
싱귤레이션 프로세스는 제품을 얇은 비닐백에 포장한 다음 같은 지역에 배송되는 제품끼리 플라스틱 토트상자에 담는다. 이 토트들이 쿠팡카 옆면 지정된 공간에 나란히 적재된다. 안전한건 물론이고, 개별 제품들이 부피가 큰 상자에 담겨있지 않으니 한 번에 더 많은 상품을 배송차량에 적재할 수 있다. 차량 운행량을 줄여 탄소발생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쿠팡 패키지팀은 제품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도를 계산해 중량을 낮추고 테스트를 거쳐 실제 배송에 도입했다. 비닐 포장인 PB는 두께를 10% 가까이 줄였고, 박스도 최적의 강도와 제품의 온도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에 맞춰 중량을 12% 감소시켰다. 이를 통해 연간 669톤의 플라스틱과 1533톤의 종이박스 사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노력들이 친환경에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원가 절감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친환경의 핵심은 지속가능성... “폐기물 재활용 방안 연구 중”
쿠팡 패키지팀은 “친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라며, “기업 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록 환경에도 좋다는 건 두 가지 목표가 상호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 프레시백이라는 재사용 보냉백을 개발했다. 보냉백을 개발하고, 이를 보관, 세척, 회수, 재사용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하며, 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말처럼 쉽진 않았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정착되고 나니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됐다. 프레시백은 계속해서 재사용 할 수 있어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되는 종이상자나 스티로폼 박스를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포장의 친환경성의 최종 완성 단계는 포장 폐기물의 재활용으로 귀결된다. 포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니, 포장재의 재활용 방안을 연구해 폐기물 양도 줄이고, 제작에 드는 탄소 발생도 줄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쿠팡이 집중하고 있는 것도 로켓프레시백 등을 통한 재사용과 폐기물 재활용이다. 쿠팡은 LG화학과 MOU를 맺어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비닐폐기물을 재활용해 비닐 포장재인 PB백을 제작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현재는 샘플에 대한 물류센터 테스트를 끝내고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폐기물을 없애면서 동시에 비닐백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쿠팡 패키지팀은 한번 배송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장재라는 자원을 계속해서 순환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 중이다. 하지만 쿠팡은 End-to-End, 즉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고객 집 앞에 배송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운영하니까 이러한 도전이 가능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쿠팡 패키지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이커머스 전체가 이런 자원 순환의 트렌드로 변화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로켓프레시백 등 재사용 및 재활용 트렌드를 주도하는 쿠팡의 역할이 더욱 커질것으로 생각하고, 패키징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사명감도 크다"고 밝혔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