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방산계열사 통합에 KAI 합하면 한국형 록히드 마틴 완성할 수 있어"
올해 안에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강구영)을 인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한화그룹이 KAI의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구체적 내용이어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방위사업학 박사 1호로도 잘 알려진 최기일 상지대학교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은 28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화그룹은 한국형 록히드 마틴(미국 방산기업)을 완성하려는 계획을 일찍부터 갖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기일 교수는 "인수 시점은 연내, 인수방식은 한국수출입은행이 가진 KAI 지분(26.1%)을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의 시가총액은 28일 기준 약 4조6000억원 규모로 단순히 시장가로 지분을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약 1조2000억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최 교수는 방위사업청 출신의 방산 전문가로 특히 방산기업의 대형화·통합화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사장 박두선)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최 교수의 예측에 힘을 실어 줬다. 대우조선해양은 특히 함정과 잠수함 등 방산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함정과 전투기 설계는 호환성이 높다. KAI의 설계인력 중 상당한 숫자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종에서 유입됐고, KAI 사장을 지낸 하성용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중공업과 성동해양조선 대표이사였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또한 한화그룹의 방산 롤 모델격인 록히드 마틴은 세계 최대 방산기업이면서도, 세계최고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F-22, F-35와 F-16 등을 개발한 전투기가 간판 제품이고, KAI의 주력인 F-50, KF-21 개발 파트너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화그룹은 위성업체인 쎄트렉아이 등을 인수하면서, 항공우주산업을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이미 점찍고 있어 최 교수의 예측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그리고, 한화그룹은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부문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상장한 한화시스템도 방산 부문으로 합병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6.73%의 지분을 갖고 있어 KAI가 인수되면 '방산 드림팀'이 완성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
여지껏 KAI사장 자리는 정권의 낙하산 성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10억원에 이르는 높은 연봉과 세계적으로도 드문 전투기 생산기업의 대표로서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민간 중심의 경제체제가 강조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이 적극 나서면 연내 또 한번의 방산 빅딜과 한국형 초대형 방산기업 탄생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특히, 최근 K방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고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주성과가 이어지고 있어 오히려 지금 기회를 놓치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다. 실제로 KAI는 최근 폴란드에 경공격기 FA-50 48대, 약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한화그룹이 미래 먹거리와 후계구도에서 항공우주사업을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는 만큼 최 교수의 예측은 상당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