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안정적인 지배구조 갖춰... 국제적인 신뢰도 제고해야
- 한화, 방산 분야 리더로서 함정사업 첨단화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 보유
최근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 다양한 이유로 국방의 중요성이 급격히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성비 높은 품질과 공급능력이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함정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세계적으로 한국은 조선산업의 최상위에 위치했기 때문에 수상함정과 잠수함 수출을 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해군의 핵심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함정과 잠수함의 경우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곳에서 건조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산업은행(회장 강석훈)이 20년 동안 관리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악화가 심각한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초 산업은행이 오랜 기간 추진해왔던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기업결합이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황은 최근의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더욱 악화됐다.
재무적 어려움은 이미 오래됐지만, 최근에는 직원들의 불만과 회사에 대한 실망이 더욱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업계는 최근 일손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조양 직원들 "워라밸은 좋으나...답 없는 경영진" 불만 폭증
최근에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익명사이트인 블라인드에 올린 회사 리뷰를 보면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의 평가가 많다.
가장 인기있는 리뷰는 '워라밸(업무와 여가의 균형)은 좋으나 낮은 급여 때문에 워라밸을 느끼지 못함'이라는 글에는 '산업은행 하수인 역할만 하는 멍청한 경영진'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나왔고, 다른 리뷰에서는 이보다 심한 표현도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물론 경영실적도 나쁘다. 지난해 1조7547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55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말 부채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경남과 거제지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최근 수주가 증가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한 향후 수년간의 일감도 확보한 상태다. 더구나, 함정과 잠수함을 건조하는 특수선사업부는 알짜사업부인데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자금과 일손 부족으로 어렵게 찾아 온 회생의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부 인수하면 의외의 시너지 기대할 수도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올린 리뷰를 보면 소유주인 산은과 회사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특수선사업부는 방위사업청에서 수주를 하는 만큼 돈을 떼일 일도 없고, 필요한 경우 선금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큰 이익을 내기는 어려워도 적자를 보지는 않는다.
만일 방산부문의 최강자인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면 의외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인 '주인없는 회사', '무능한 경영진과 임원' 문제는 단번에 해소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집단이 한화그룹이고, 기업 후계 구도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방산 부문 특히, 수출 부문에서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방산 수주에서 의외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덩치가 커질 뿐 아니라, 한화시스템 등이 보유한 함정용 장치와 장비 기술이 플랫폼과 결합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특수선사업부가 사라지는 대신 일부 재무적 결손을 해결할 수 있고, 수주가 급증한 상선부문에 집중할 수 있다.
지역경제의 관점에서 현대중공업과의 결합은 일감 자체가 거제에서 울산으로 이동할 우려로 지역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지만, 한화는 도크를 옮기지 않아도 되므로 일감이 거제에 머물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수주 경쟁은 나눠먹기가 되기 쉽지만, 뿌리가 다른 한화와 현대중공업의 경쟁은 방사청 입장에서 선택지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첨단 함정 운용시스템을 탑재한 첨단 함정개발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
▲강성 노조 변수...특수선사업부 분할 인수라면 가능성 높아져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을 20년째 매각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수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해석이다.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이 좌초된 현재 상황에서 분할 매각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수선사업부는 방위산업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없고, 신원조회를 마친 내국인 근로자만 근무할 수 있다. 따라서 인수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근로자 인수에 따른 부담이 적다.
대우조선해양이 자립을 하는 경우에도 회사의 몸집을 줄이는 편이 도움이 되고, 대우조선해양 전체보다 특수선사업부만 인수하는 편이 인수 기업입장에서도 부담이 줄어들고, 그만큼 가능성은 높아진다.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방산의 대형화·통합화 추세를 감안해 산은 등 정부가 진지하게 고려해 보기를 기대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