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1300원대…경기파장 가시화
이창용 총재 "걱정할 단계 아니다"
우려는 여전…"대책 서둘러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5일 장중 1370원 선을 넘었다. 정부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달러 독주로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란 설명이다. 다만 고환율이 장기간 유지되며 수입물가 상승, 기업실적 악화 등 경기 악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달 중 추가적인 환율 상승이 예측된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회의를 한 차례 쉬어가는 동안 미국과 유럽연합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때문이다. 모두 한 번에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전망이다. 정부 예측과 달리 환율이 1500원 선까지 오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원화가치 끝없는 하락…정부는 “우려할 필요 없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5일 원·달러 환율이 1370원 선을 넘겼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최고가(1362.6원)를 기록한 지 단 1거래일 만이다.
미국에서 고강도 긴축정책을 예고한 영향이 크다. 지난 27일 폐막한 미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물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 제한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달러독주가 이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잭슨홀 미팅 이후 109선을 넘겼다. 20년 만에 최고치다. 5일 기준 달러인덱스는 110선을 넘기며 또다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달러 독주에 통화약세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통화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 강세와 함께 다른 주요 국가의 환율과 다 같이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순 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라든지, 신용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를 더 걱정하고 (외환위기 등의) 우려는 예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통화와 비교할 때 원화가치 하락 폭이 더 큰 게 사실이다. 지난주(8/26~9/2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2.35% 하락했다. 이 기간 중 달러화 대비 엔화 1.89%, 위안 0.40%, 유로화 가치는 0.13% 내렸다.
장기간 고환율 현상에 따른 경기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이후 3달 동안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공급망 병목현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뜩이나 높아진 기업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이 쌓인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87%가 원자재 가격상승, 고환율 등에 상반기 평균 8.7%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하반기 영업이익 감소 폭은 이보다 큰 9.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월 기준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5개월 연속 적자다.
9월 환율 또 오르나…미국·유럽, 금리 또 올린다
이달 중 원화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과 유럽이 잇단 금리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9%대까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9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이달 자이언트스텝에 따른) 물가 상승세는 저지할 수 있겠지만 경제 전반이 냉기에 노출될 전망이다. 이는 유로화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로화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면 달러인덱스는 위를 향해 조금 더 움직일 수 있고, 이는 그대로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4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이달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확률을 56%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단행할 시 한미 금리격차는 0.75%p까지 벌어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원화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9월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지 않는다.
연말 한미 금리격차는 1% 수준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페드워치는 연말 미국 금리수준을 90%의 확률로 3.75%~4.00%(상단 기준) 사이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이 제시한 연말 금리 가이던스는 2.75~3.00%다.
이 가운데 정부에겐 마땅한 외환 방어막이 없다. 시장개입을 통해 외환방어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은 줄고 있다. 지난 3~8월 6달간 253억4000만 달러(5.4%) 감소했다. 8월 말 기준 4364억3000만 달러다. IMF(국제통화기구) 적정 외환보유액 권고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외환여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IMF 기준으로 150%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몇천억 불이 모자라고, OECD 기준으로 하면 더 많이 모자라고 이런 보도를 많이 봤는데 내가 IMF에서 왔다”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전 세계 9위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큰 국가의 경우 그런 기준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달러차입을 통해 환율방어가 가능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총재는 ”통화 스왑으로 통화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같이 절하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고와 국내총생산(GDP) 비중에서 한국은 27%로 가장 낮다. 경제 규모에 연동되는 외환보유고를 놓고 세계 9위라고 말하기보다는 GDP 대비 비율로 외환보유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정부가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