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추경호·김주현 등 현직 관료 책임론 대두
경제시민단체 "청문회 통한 진상규명 촉구"
“론스타에게 단 한 푼의 국민 혈세도 지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론스타에 30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이 나오며 사태를 이끈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6년 감사원 감사, 대법원 재판 등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당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제가 된 2003년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2011년 매각승인 지연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현직 인사는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미현 팀장은 “당시 책임자들이 현직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며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에 진출한 금산분리) 원칙을 깬 현직 인사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정권에서 또다시 원칙이 깨질 수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론스타 연루 현직 고위관료 수두룩…”무슨 책임을 져야 하나” 책임론 반박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제도(ISDS) 중개 판정이 10년 만에 나왔다. 중재기구는 한국 정부가 청구액의 5% 수준인 약 3000억원을 론스타 측에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10년이란 시간과 소송비용 500억원을 쏟아부은 결과다. 법무부는 “정부는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하고 4.6% 일부 패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애초에 터무니없는 배상액(허수)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는 어불성설”이란 비판이 나온다.
론스타 사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다. 2003년 금융당국이 금융자본이 아닌 외국계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사건과, 2011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승인을 지연한 사건이다.
2003년 당시 금융당국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를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으로 해석해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예상과 달리 론스타는 2011년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처분하고 3조원의 차익을 거둔 채 한국을 뜬다. 이른바 먹튀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매각 과정에 관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환은행 매각 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고문이었다. 현 정부관료들에 대한 ‘론스타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다.
론스타는 2011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지연한 탓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DSD)에 중재를 요청했다. 중재판정부는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라며 론스타 측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매각지연 사태 당시 추 장관은 금융위 부위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사무처장을 맡았다. 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08년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론스타가 인수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이라는 확인을 알고도 묵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외환은행 주가는 액면가에도 못 미치는 3천원대였고 그 이후 증자를 통해서 우량 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주가가 폭등했다"면서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는 지난 31일 “(김앤장에 있을 때) 론스타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정했다.
경제시민단체 “책임자 진상규명 필요”…정부는 이의제기 착수
이번 결과를 두고 경제시민단체는 청문회를 열고 책임자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06년 감사원, 대법원 재판 등에서 일부 관련자에 대한 사법적 무죄결론이 났지만 제대로 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기재부 장관 등 론스타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이 여전히 정부 책임자로 자리하고 있다”며 “이제는 이들에게 대체 사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자격 없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허용한 자들에게 그 책임을 확실히 물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경제 법질서를 유린하고 농락한 일개 사모펀드의 사기행각과, 이를 묵인하고 사실상 조력해온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배상금액에 대한 공직자 개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일부 관련자에 대한 사법적 무죄 결론이 났고, 형사적 공소시효도 지났기 때문이다.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 “‘승인 지연 부분’ 내지는 ‘매각금액을 인하하도록 했다는 부분’이 우리 정부의 책임발생 근거가 된다”며 “그와 관련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검토해야 하는데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국민세금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시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런 배경에 정부도 "대한민국 국민의 피같은 세금이 단 한푼도 유출되지 말아야 한다"며 이의제기를 검토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를 두고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인수자격이 없다는 점을 또다시 인정하지 않는다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측은 당시 고위 관료들의 과오를 인정하게 되는 꼴이 되기에 이를 꺼리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떳떳하게 판결문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