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은·해진공 CB 주식전환 금융위 법률 개정 목적에 反해...시정조치 없어 주시中"
- "따뜻한 서민금융 필요...가계부채 줄이고 서민금융 실수요 대응할 수 있어야"
ESG경영이 전 세계적인 기업 경영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다. 투명한 지배구조가 확립되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나머지 문제들은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반대로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좋은 경영환경도 시간이 갈수록 빛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금융시장 감독과 공정한 증권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년 대선 공약을 위해 제안하겠다고 주요 시민단체가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내년 대통령선거 공약을 위한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21일 정호철 경실련 경제정책국 간사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정호철 간사는 200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들과 '정의로운주주NO.1'이라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유튜브(공매도X파일)를 통해 직접 소통하고 있다. 경실련과 개인투자자들의 접점에 그가 있다...<<편집자 주>>
▲내년 대선 공약과 관련해서 투명한 금융시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면 말해달라.
무엇보다도 이번 정부에서 사모펀드 관리•감독 부실 등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도입됐으나 이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다. 이는 금융감독이 투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경실련은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B2B 문제에만 대응하고 있고, B2C문제는 한국소비자보호원로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금융거래 불공정약관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공정위 간의 제결과 심사감독·제제가 분리돼 있어 소비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핀테크 및 가상통화는 늘고 있는데, 이를 관리·감독해야하는 기관 간에는 감독권이 충돌하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핀테크(전자금융거래)의 지급결제는 한국은행·금융결제원에 감독권이 있지만, 금융위가 혁신 금융사업으로 지정하면서 국회가 관련 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자산투자 규제를 하자면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수사기관과 함께 자금세탁을 감시하는 일도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수많은 연기금관련 관리·감독권이 중앙부처간에 분산돼 있어 합리적인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불투명한데,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나 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안으로 경실련 내부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기관 신설 등 금융감독체계 개혁방안을 검토중이다. 적어도 금융위나 산은같은 관치금융은 이제 해체돼야 한다.
실제 금융위 이 감독원과 통화해보면, 의외로 금융시장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답변도 꽤 똑똑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금융감독당국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의 잘못을 비호하기만 한다.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소비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개인주식투자자가 1000만명까지 늘었고, 지난해 중지했던 공매도가 올해 재개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관련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경실련에서는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말해달라.
어제(20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대표 정의정)가 소액주주단체 대표들과 함께 대선주자들에게 공정한 주식시장을 만들기 위한 공약 채택을 요구하며 성명을 발표한 기사를 봤다.
무엇보다도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정하고 무차입공매도를 엄벌하는 것에 동의한다. 외국인과 기관은 평균적으로 45일 내외에 공매도 상환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결제 잔고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를 제외하면 이에 반대하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정상적인 미결제 잔고는 사실상 불법공매도로 간주될 수 있어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LG디스플레이나, 삼성전자,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특정 종목에 비정상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투기성 공매도를 규제할 수 있는 시장안정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같은 공매도 개혁이 이뤄지면 공매도의 변동성 물량투기로부터 개인들이 안심하고 합리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 조성돼 유동성 공급뿐 아니라 향후 MSCI선진국지수 편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현재보다 주식시장이 훨씬 공정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지난해 금융위에서 한 차례 공매도제도 개선을 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 거래소의 장중 실시간 호가 감시 시스템이 마련됐지만 인력, 거래정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감시·적발에 한계가 있다.
또한,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대차거래확정시스템’을 부분 도입했으나 실효성이 없고, 게다가 불법공매도의 94%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감시는 빠져 있어 보여주기식 엉터리에 불과하다. 특히, 공매도 전산거래시스템이 의무 도입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외국인들의 무차입공매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현행 불법공매도 대응 등 증권 불공정거래 사후감시·감독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사전 차단시스템 도입이 긴요한 것이다.
일부 학계와 관료들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관련 공시를 보면, 주가급락을 방지하기 위한 ‘업틱룰(직전 기준가보다 공매도 호가가 높아야 함)’에 대한 준법통제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거의 없으며, 특히 기관 프로그램거래에는 업틱룰이 적용되지 않아 주가하방위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국내 증시에서 작동된 적이 거의 없다.
경실련에서 자체 조사한 바로는 시장조성거래(업틱룰 예외)도 의무호가 스프레드(±4%)를 초과하는 과도한 변동성 거래로 대부분 대체되고 있어서 가격발견 기능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히려 공매도가 유동성 공급을 상당히 방해하고 있어 거래비용만 폭증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매도의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현재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분석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현행 공매도 제도는 결국 외국인 공매도 투기세력에게 과도한 특혜를 줘 국내 자본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경실련의 판단이다. 공매도 작전세력간 재대차, 호가담합, 자전거래(통정거래), 시세조종뿐만 아니라 재벌 등 경영대주주가 저가 M&A 및 경영권 승계 목적의 공매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불공정거래로 악용되고 있다.
경실련에서 검토하고 있는 대선공약 제안은종목별 공매도 거래량을 2%수준으로 제한하고 의무호가를 확대하여 공매도의 변동성 호가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 공매도 거래량과 호가가 의무호가 스프레드 범위 내에서 거래되지 않으면 공매도의 순기능은커녕 “공매도 완전재개”는 잠꼬대같은 소리다.
이는 미국의 공매도 제도와 다르지 않다. 또한, 국내 금융시장법에도 투자주체간 차별하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경실련은 5%이상 지분보유 대대주의 주식·사채 대여 금지, 1%이상 지분보유 대주주의 보고·공시의무 강화, CB·BW 권리공매도를 악용한 저가 유상증자(포이즌 필) 제재 및 불공정 주가희석 방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입법 예고하고 10월27일 법률개정을 공포해 지난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기관이 이를 어기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기업인 HMM(대표 배재훈)의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과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는 금융위의 법률 공포 하루 전인 10월26일 당초 지원을 명분으로 HMM이 발행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시하고 실제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대폭 늘렸다. 이로써 개인투자자들은 제대로 된 공시절차도 없이 주가가 희석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는 정부의 최상위 금융기관인 금융위가 주가희석을 방지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개정한 법률을 정부 기관이 정면으로 반한 것이다. 금융위는 산은이나 해진공보다 상위기관이고, 시정권고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아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해 특정기업에 대한 권력형 비리와 특혜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관찰 중이다. 최근 물적분할을 감행한 포스코같은 공기업뿐만 아니라, HMM처럼 우리나라 수출에 꼭 필요한 국가기간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경영안정화와 민영화에 의한 정상화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소수주주 동의제(MoM, Majority of Minority), 출자구조 개선(모-자회사 2층구조 제한) 등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관련 대선공약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대선에서는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도 필요할 텐데, 경실련이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제시해달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서민금융 및 불평등한 신용평가제도 개선이 대선공약에 반영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부동산·주식·코인에 대한 차입투자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가 늘고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서민금융은 이명박 정부시절 시작한 ‘햇살론(舊 미소금융)’ 외에는 지원 프로그램이 없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자영업자 등 서민 소득이 줄면서 LTV•DTI를 재조정하는 등 실수요자를 위한 피해방지 대책이 나오고 있으나, 정작 은행창구에서는 중도금대출 및 전세자금 대출이 어려워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 약자들을 고금리 대부업체에 떠밀어서 결국 파산‧회생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 실책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줄이면서도 서민과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도록 두마리토끼를 잡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도상환이나 조기상환을 한 모범 고객이나 취약층에게는 금리를 추가 인하해 주는 것이다. 현행 금리인하 요구권만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리스크 금리(기준 및 가산 금리 외에도, 미상환 위험을 예상하고 책정하는 신용금리)’의 경우 상환이 완료되면 이를 환급해 줄 필요가 있다.
이처럼, 현행 신용대출 제도는 사업자나 고신용자에게만 저금리 혜택을 주는 반면, 반대로 저신용자에게 고금리 이자 놀이만 하고 있어서 코로나19의 더욱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신용평가 제도가 여전히 시대의 흐름과 실물 경제에 맞지 않게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이자놀이만 하던 전통금융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문재인 정부처럼, 중소상공인 및 시민들에게 소극적인 금융지원 정책만 하는 것은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다. 특히, 대출총량 제한 등 실수요자를 더 힘들게 만드는 무능한 관치금융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
소상공인 취약산업 안정기금 조성 및 합리적인 금리규제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상생협력 안정화기금 조성 (예: 국책은행 40%, 민간투자 30%, 정부지원 25%, 기관투자 5%)’ 및 이들의 금리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 수 있는 신용대출 정책 등을 대선주자들에게 공약으로 제안하려고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