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월도 역대 2위 예상”…연간 4500억달러 달성엔 월 365억달러 필요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9월 경상수지 흑자가 614억6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 6월 세운 종전 기록(497억3000만달러)을 3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반도체 수출이 가격 급등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9월 한 달 흑자만으로 지난해 연간 흑자(1230억5000만달러)의 절반 규모에 달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4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전월(461억1000만달러)보다 153억5000만달러 늘었고, 지난해 9월(142억달러)의 4배를 넘었다. 1~9월 누적 흑자는 3406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838억9000만달러)의 4배 이상이다. 3분기 흑자는 1496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흑자를 이미 웃돌았다.
흑자의 대부분은 상품수지에서 나왔다. 9월 상품수지 흑자는 627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다. 수출은 1307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92.4% 늘었고, 4개월 연속 1000억달러를 웃돌았다. 정보기술(IT) 품목이 195.8% 급증했다. 품목별로는 SSD가 392.3%, 반도체가 260.3% 증가했다. 석유제품(73.3%)도 크게 늘었고, 비IT 품목은 13.4% 증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반도체 가격이 182.2% 오르고 물량은 30.5% 늘어, 수출액 증가는 가격이 주도했다.
수입도 679억7000만달러로 29.4% 늘었다. 자본재가 42.3%, 원자재가 21.3% 증가했고 소비재는 2.0% 늘어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수출 증가폭이 수입을 크게 웃돌며 상품수지 흑자 폭을 키웠다.
서비스수지는 33억5000만달러 적자로 전월(16억80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운송수지 흑자는 1억3000만달러로 줄었고, 여행수지와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각각 7억7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본원소득수지는 26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월(19억2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커졌다.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22억4000만달러였다. 한은은 전월 몰렸던 증권투자 분기 배당 지급의 계절적 영향이 사라진 데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금융계정에서는 순자산이 543억4000만달러 증가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는 6월의 467억1000만달러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166억3000만달러 늘었고, 이 가운데 부채성 증권 투자는 67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138억1000만달러 줄었다.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순매도가 주된 원인이다.
한은은 이번 흑자의 배경으로 반도체와 분기 말 효과를 꼽았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9월 상품수지가 견조한 상품 수출에 분기 말 효과가 더해지면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의 정확한 기여도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성곤 국제수지팀장은 "경상수지에는 반도체 관련 부분이 수출뿐 아니라 수입 등도 겹쳐있어 정확한 기여도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관 기준 누적 수출만 보면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에 45.2%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올해 연간 흑자 전망치 달성 여부에 쏠린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4500억달러로 제시했다. 1~9월 누적 흑자를 감안하면 남은 3개월 동안 월평균 365억달러 안팎의 흑자가 나야 한다. 한은은 다음 달 발표될 10월 경상수지가 9월보다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 흑자 폭이 작아지겠지만 역대 2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로 갈수록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도 남아 있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앞서 지난 10월 8일 8월 국제수지를 발표하면서 “4분기 중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대규모 배당이 예정돼 있는데”라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배당은 본원소득수지의 지급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도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김 국장이 "상황별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영향을 단정하지 않았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