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소비자 인지도·마케팅 성공 여부는 과제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국내 첫 글루카곤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 가격이 투여 첫달 기준 약 13만원 수준의 책정이 유력한 가운데 한미약품의 초저가 가격 정책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마운자로 등 선발 제품 가격과 경쟁해야 하는 후발주자인 만큼 소비자들의 치료 접근성과 선택권을 높인 결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존 경쟁사 제품을 투여하던 환자 유인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에페 2~4㎎ 용량의 첫 달 투여 비용은 부가가치세 포함 12만9800원이 될 전망이다. 첫 달 이후에는 2㎎ 용량을 2주, 4㎎ 용량을 2주 동안 투여한 뒤 이후 매달 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투여 네 번째 달부터는 29만9200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의료기관·약국·유통사 마진을 감안하면 환자 부담 비용은 월 14만~20만원 수준이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첫 투여 시 약국 기준 월 28만원,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21만~22만원이다. 마운자로 기준 최대 50% 저렴하게 투여 가능하다.
업계는 에페 가격을 두고 비만치료제 후발주자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효과 대비 내약성이 우수한 상황에서 경쟁 약물 대비 가격을 낮춰 신규 환자·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치료제를 쓰던 환자·소비자가 가격 경쟁력만을 이유로 에페를 사용할 지는 의문"이라며 "에페가 겨냥하는 타깃은 가격 부담으로 비만치료제를 투여받지 못했던 환자·소비자에 있다"고 밝혔다.
에페는 한미약품이 10년 이상 연구·개발해 온 국내 첫 GLP-1 비만 치료제다. 국내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에페 40주 중간 톱라인 결과에서 환자 구역 발생률은 16.7%, 구토는 11.7%로 집계됐다. 이는 위고비의 별도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구역 44.2%, 구토 24.8%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쟁약물 대비 높은 내약성,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효과성은 한계로 꼽힌다. 국내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에페를 40주 투여한 환자 체중은 평균 9.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위고비가 68주 기준 평균 14.9%, 마운자로는 72주 기준 최대 20.9%의 평균 체중 감소율을 보였다.
한미약품의 가격 전략에는 비만을 단순한 체중 감량의 문제가 아닌, 대사질환 위험과 연계해 지속적인 치료·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반영돼 있다. 단기적 체중 감량 시장이 아니라 장기적 관리 시장까지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다.
비만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마른 분들도 비만치료제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며 "가격 부담이 낮아지면 약물치료가 필요하지만 비용 때문에 망설였던 환자·소비자의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비만치료제 처방 107만4364건 가운데 내과·가정의학과 처방은 31.5%에 그쳤으며, 피부과·성형외과 등에서도 처방이 이뤄졌다. 만성질환 중심의 비만치료 시장이 부각되는 가운데 위고비, 마운자로 등 기존 제품을 쓰고 싶어도 가격 때문에 고민했던 환자·소비자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는 구도라는 분석이다.
비만치료제의 다른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신도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낮은 가격을 책정해 시장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톡신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며 "에페 역시 비교적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 투여형 비만치료 시장의 가격 안정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산 1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100유닛당 약 25만원에 출시했다. 당시 해외 오리지널 제품인 앨러간 '보톡스'가 약 35만~45만원에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약 30% 저렴한 수준으로, 이후 휴젤의 '보툴렉스'와 대웅제약의 '나보타' 등 국산 제품이 잇따라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하며 톡신 공급가도 하락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생산 기반을 활용해 양질의 원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원료 제조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하는 만큼 수입 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국내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 위고비, 마운자로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약 8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의료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