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매출 12% 감소·영업손실 17% 확대…청사진만으론 설득 한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팔껄...' '살껄...' '버틸껄...' '더 들어갈껄...' 껄무새들의 소리없는 아우성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자금은 얕고, 후회는 깊습니다. <녹색경제신문>은 시장의 스마트한? 껄무새들을 위해 한 주 간 '팔껄' 후회하는 종목, '살껄' 땅을 치게하는 종목, 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껄무새 여러분이 투자 아이디어를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내 대표 협동로봇 기업 뉴로메카의 주가가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로봇 산업의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했던 주가는 이후 가파른 조정을 거쳤고, 최근에는 1만원대 후반과 2만원대 초반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로봇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로봇 산업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면서 하드웨어 제조기업의 기술적 해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는 게 큰 변수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로봇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12일 뉴로메카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약 13% 가량 하락한 1만87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날 2만9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주가는 장중 한때 1만8360원까지 밀렸습니다. 시가총액은 4377억원 수준입니다.
올해 초 8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가 진행된 만큼 당시 고점과 현재 주가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주가가 2만원대 초반을 안정적으로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기대가 이전보다 낮아졌음을 보여줍니다.
주목할 부분은 뉴로메카가 제시한 성장 전략입니다. 회사는 협동로봇 제조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공정자동화와 로봇 파운드리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로봇을 직접 제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기업의 로봇까지 생산하며 피지컬 AI 제조 생태계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달에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디아이씨와 19억원 규모의 자동화 설비 공급 계약을 맺어 시장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시장에서는 이미 구문이 됐다는 점입니다. 국내외 로봇 기업들이 앞다퉈 피지컬 AI와 자동화 솔루션, 핵심 부품 내재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업계획의 방향성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빠르게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더구나 실제 매출은 회사에서 제시하는 청사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로봇 단품 매출은 26억6800만원에서 32억5000만원으로 21.8% 증가했지만, 공정자동화 매출은 39억4400만원에서 25억6400만원으로 35% 감소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계약 규모가 큰 자동화 사업이 위축되고 하드웨어 판매 비중이 높아진 것이죠.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은 58억1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습니다. 반면 영업손실은 81억8000만원에서 95억8100만원으로 약 17% 확대됐습니다. 성장 기대감을 뒷받침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지표입니다.
회사가 추진하는 대규모 설비투자도 부담입니다. 회사는 경북 포항 영일만3 일반산업단지에 총 800억원을 투입해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등을 생산하는 신공장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 189억5420만원의 4배를 웃도는 투자 규모입니다.
이를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에서도 시장의 반응은 냉철했습니다. 뉴로메카는 당초 예정 발행가 3만8350원을 2만4450원으로 36% 낮췄지만 최종 청약률은 84%대에 그쳤습니다. 회사는 당초 목표였던 1500억원에서 대폭 낮아진 781억원을 조달했죠.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이 연간 매출의 4배가 넘는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한 모습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로봇 산업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드웨어 기업들이 클라이언트사에 바로 로봇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비중이 줄어들고 시스템통합(SI) 기업이 프로젝트를 총괄해 하드웨어 공급까지 담당하는 구조가 일반적이 되고 있습니다.
SI 기업들은 특정 제조사의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기업의 로봇을 조합해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이기종관제 방식을 최전선에 도입 중입니다. LG CNS, 삼성SDS 같은 기업들이 로봇 관제 플랫폼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든 것 역시 향후 로봇 업계가 플랫폼 기업 위주로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그만큼 하드웨어 기업은 가격 경쟁 압박이 심해지는 구조입니다.
이는 뉴로메카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부문은 매출 203억5400만원에 영업손실 261억85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역시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35억9500만원으로 확대됐습니다. 국내 주요 로봇 제조기업들이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보 사이에서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입니다.
결국 뉴로메카의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피지컬 AI 사업 청사진이 아닙니다. 로봇 파운드리 사업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외부 고객을 확보했는지, 신공장 가동률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핵심 부품 내재화가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는지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해서 글로벌 주권을 중국에 넘길 수는 없지만, 이를 감안해도 뉴로메카의 투자는 상당히 공격적인 규모"라며 "뉴로메카 측에서는 2028년을 전후로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때 캐파 격차를 만든다는 구상인데, 그때까지 회사가 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