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부진에 백화점은 반사이익?…외국인 지갑, 쇼핑 목적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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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부진에 백화점은 반사이익?…외국인 지갑, 쇼핑 목적지 달라졌다
  • 서영광 기자
  • 승인 2026.10.07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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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百 외국인 매출 사상 첫 1조원…신세계·현대도 ‘1조’ 눈앞
면세점 외국인 구매객 늘었지만 객단가는 22% 감소
명품 넘어 K패션·K푸드·콘텐츠 소비…‘면세→백화점’ 이동 뚜렷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유통업계의 외국인 매출도 덩달아 커지고 있지만 면세점과 백화점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소비 자체가 위축된 것은 아니지만, 소비가 발생하는 장소와 방식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면세점에서는 구매객 증가에도 객단가가 크게 낮아진 반면, 백화점에서는 명품뿐 아니라 K패션과 식음료, 문화 콘텐츠를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매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제2터미널 매장.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제2터미널 매장.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은 올해 10월 6일 오전 기준 외국인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백화점 가운데 외국인 매출이 연간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 7348억원도 이미 7월에 넘어섰으며, 현재 추세라면 연말에는 1조3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소비가 특정 점포에만 집중되는 모습도 달라졌다. 롯데타운 명동에서 발생한 외국인 매출만 약 52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롯데타운 잠실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고, 비수도권 점포의 외국인 매출도 전년보다 약 2.5배 늘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흐름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9월 누적 외국인 매출이 8500억원을 넘어섰으며, 순수 백화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연내 1조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해 누적 외국인 매출이 8050억원으로 집계돼 연내 1조원 달성이 예상된다.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을 면세점 실적과 함께 보면 변화가 더욱 뚜렷해진다. 최근 국내 면세점에서는 외국인 고객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매출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지난 8월 외국인 면세점 구매객은 138만653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9.1% 늘었지만 외국인 매출은 7915억원으로 8.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약 73만6000원에서 57만1000원으로 22.4% 감소했다.

즉 외국인이 한국에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과 면세점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인천공항 역시 국제선 여객이 빠르게 회복됐지만 면세 매출은 지난 2019년의 약 78% 수준에 머무는 등 여객 증가와 면세점 매출 사이에 간극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화장품이나 명품 등을 대량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소비 패턴이었다. 그러나 따이공 중심의 소비가 약해지고 개별 자유여행객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환율로 면세 가격의 매력도까지 낮아지면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에서 고가 상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하기보다 자신이 실제 방문한 상권에서 상품과 콘텐츠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분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화점이 이 변화의 수혜처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화점은 단순히 상품을 싸게 사는 장소가 아니라 한국에서만 접할 수 있는 브랜드와 음식, 문화 콘텐츠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서는 올해 외국인 명품 매출과 K패션 관련 매출이 각각 두 배로 증가했다. 식품관과 식당가의 외국인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명품 소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명품과 함께 K패션과 미식 등 한국에서의 경험 자체에 지갑을 여는 소비가 확대된 셈이다.

더현대 서울 역시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인 매출이 135% 급증한 가운데 전체 방문객 4명 중 1명이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이 관광객에게 단순 쇼핑 장소를 넘어 K팝·뷰티·푸드 등 한국의 최신 문화를 경험하는 관광 목적지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최근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 증가를 단순한 ‘면세점의 반사이익’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면세점에서 소비하던 돈의 일부가 백화점으로 이동한 측면은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영역 자체가 넓어진 영향도 함께 봐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신세계·현대처럼 백화점과 관광 거점을 결합할 수 있는 사업자들은 이 변화에 대응하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명동과 잠실, 여의도처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권에 백화점과 쇼핑몰, 식음료·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함께 갖추면서 외국인이 관광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하도록 만들 수 있다.

반면 면세점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구조적 부담이 남아 있다. 실제 호텔신라는 방한 외국인 증가에도 면세점 매출 증가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인천공항 면세점 역시 여객 증가가 매출 증가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호텔신라의 경우 인천공항 DF1 철수 이후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외국인 소비 회복음 ‘면세점으로 돌아온 소비’라기보다 ‘국내에서 돈을 쓰는 외국인의 증가’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 소비의 핵심 창구였다면 이제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로컬 브랜드와 식음 공간 등이 관광객의 소비 경쟁에 함께 뛰어든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방한객 수가 늘어난 것만으로 유통업계 전체가 같은 폭으로 수혜를 보는 구조는 아니다”며 “외국인이 무엇을 사느냐뿐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경험을 하면서 소비하느냐가 중요해진 만큼 백화점과 면세점의 실적 격차도 이런 소비 패턴 변화의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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