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상반기 중기대출 8.1조원 순증…4대 시중은행 합계보다 7138억원 많아
기업은행+4대銀 중기대출 순증액의 52.3% 기업은행이 차지
중기대출 잔액 270조원·시장점유율 24.6% '역대 최고'
7월까지 생산적 금융 39.4조원 공급…미래 성장기업 등에 10조원 투자 추진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온 가운데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이 늘린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 여신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리는 동안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금융 역할을 확대했다.
기업은행 중기대출 8.1조 순증…4대 시중은행 합계 넘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 상반기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70조원으로 지난해 말 261조9000억원보다 8조1000억원(3.1%)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시장 점유율은 24.6%까지 높아지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은 모두 합쳐 7조3862억원이었다. 기업은행 한 곳의 순증액이 4대 시중은행 전체보다 약 7138억원, 9.7% 많았다.
기업은행과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을 합산한 15조4862억원 가운데 기업은행 몫은 52.3%에 달한다. 사실상 기업은행 한 곳이 이들 5개 은행 중소기업대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 셈이다.
대출 증가의 방향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우리은행 15.7%, 하나은행 10.1%, KB국민은행 9.0%, 신한은행 6.6%였다. 반면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하나은행 3.3%,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각각 1.8%, 우리은행 0.1%에 머물렀다. 4곳 모두 중소기업대출보다 대기업대출 증가 속도가 빨랐다.
한은 "금리 충격, 中企 연체율에 9개월 뒤 집중"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확대가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중소기업을 둘러싼 금융환경이 다시 녹록지 않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의 전체 가계·기업대출 연체율은 약 15개월 뒤 가장 크게 반응하는 반면 중소기업과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약 9개월 전후에 충격이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금융자산이나 소득 등 자체적인 완충 여력이 부족해 늘어난 이자비용을 흡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다. 과거 금리 인상기의 파급 시차를 단순 적용할 경우 중소기업의 상환 부담은 내년 4~5월 전후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대출 연체율과 변동금리대출 비중 역시 과거 금리 인상기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처럼 민간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우량한 대기업 여신을 빠르게 확대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자금 공급 기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중소기업자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국책은행이다.
대출 넘어 투자로…'IBK 30-300' 생산적 금융 확대
대출을 크게 늘리는 과정에서도 전체 부실채권 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말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27%로 지난해 말 1.28%보다 0.01%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중소기업 경기 부진에 따른 건전성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말 총연체율은 0.94%, 대손비용률은 0.46%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지속하면서도 향후 부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동시에 중요해진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방식도 기존 대출 중심에서 투자금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300조원 이상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하는 'IBK 30-3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말까지 생산적 금융 공급액은 39조4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66.9%를 달성했다.
국민성장펀드 사업에도 1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앞으로는 미래 성장기업과 첨단전략산업을 대상으로 총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 5대 미래전략산업과 지방 중심 펀드 출자를 늘릴 계획이다. 기업승계·신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 등 미래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이는 기업은행의 역할이 단순히 중소기업의 운전자금을 빌려주는 데서 벗어나 기술개발과 사업화, 스케일업 등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자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관건은 금리 상승기에 중소기업 부실을 억제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계속 연결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는 국면에서 시장점유율 24.6%를 차지하는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 역시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