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베드 41억원 선투자…2027년 물량 확대·BEP 달성이 분수령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에스비비테크가 휴머노이드용 감속기 사업 확대 기대에 최근 한 달간 20% 넘는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제 대규모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재무적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제품 개발과 시연을 넘어 실제 제조현장에 로봇을 대규모 투입하는 시점이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에스비비테크 입장에서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까지 현대차그룹의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MobED(모베드)'에 공급하는 DnL 모듈 사업이 실적 공백을 메우는 '브리지'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해주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21일 종가 기준 에스비비테크 주가는 4만2400원으로 지난 8월 말 3만4000원대와 비교해 약 23.5% 상승했다. 최근 주가 상승에는 휴머노이드 시장 확대에 따른 정밀감속기 수요 증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에스비비테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44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특히 감속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8% 늘어난 약 1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감속기 매출에 근접했다. 전체 매출에서 감속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약 20%에서 올해 상반기 31% 수준으로 확대됐다.
회사는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에 들어가는 정밀감속기 공급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국내 대기업과 로봇용 정밀감속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고객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휴머노이드 대량 양산 2028년보다 더 뒤로?
문제는 완성형 휴머노이드 업체들의 대규모 양산과 실제 산업현장 투입 시점이다. 가장 진보된 휴머노이드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 조차 공식 목표와 실제 대규모 현장 투입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그간 2028년이 아틀라스 대량 양산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당초 계획보다 타임라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당초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로이터는 최근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027년 IPO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아틀라스의 실제 대규모 배치와 이에 따른 제조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2029~2030년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 1조7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아틀라스향 매출을 바라보던 감속기 기업들의 수익화 타임라인도 같이 늦춰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현재 에스비비테크와 에스피지 등 국내 감속기 업체의 제품을 내부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에스비비테크는 현대차그룹의 양산 로봇 플랫폼인 MobED 공급망에 이미 진입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아틀라스용 감속기 공급 후보군으로도 거론돼 왔다.
현대차의 사정이 이러하자 LG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휴머노이드를 생산하는 기업 전반적으로 시장 개화 시점이 2028년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등 선행 투자를 진행한 부품업체가 매출 확대를 기다려야 하는 기간도 길어지는 구조다.
현금 93억→5억원…모베드가 '휴머노이드까지 다리' 놓을까
이 때문에 에스비비테크가 휴머노이드 시장 본격 개화까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실적을 연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회사의 재무구조를 보면 에스비비테크는 아직 투자회수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에스비비테크는 올해 상반기 약 44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약 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약 56억원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회사는 천안공장 이전과 생산능력 확대, 액추에이터 및 차세대 감속기 연구개발 등에 선행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유형자산 취득에 약 26억원을 사용했다. 상반기 연구개발비 역시 약 21억원으로 매출 대비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약 93억원이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올해 6월 말 약 5억원까지 감소했다.
결국 휴머노이드 대량 양산까지의 실적 공백을 메울 사업으로 현대차 모베드(MobED)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에스비비테크는 현대차 MobED에 들어가는 DnL 모듈 사업을 위해 현재까지 개발비 약 10억원과 설비투자비 약 31억5000만원 등 총 41억5000만원을 선투자했다. 향후 추가 투자 예정액은 약 6억1000만원이다. 천안 공장에는 관련 제품을 연간 최대 약 7만대까지 대응할 수 있는 생산능력도 구축했다. 지난 6월 첫 양산에 들어갔으며 6월 말까지 76대를 공급, 3분기에는 432대를 생산·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비비테크는 관련 공시에서 수주 당시 연도별 계획수량을 토대로 모베드 관련 매출이 올해 약 5억7000만원에서 2029년 약 367억6000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 약 72억원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이는 확정 매출이 아닌 고객사의 계획수량을 바탕으로 회사가 산출한 예상치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3월 국내 판매를 공식 개시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누적 판매량이나 수주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익성 역시 넘어야 할 과제다. 에스비비테크가 공시한 DnL 모듈의 초기 매출원가율은 약 91%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모베드와 후속 모빌리티 사업의 매출이 확대되면서 2027년을 전후해 손익분기점(BEP)에 접근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휴머노이드 대량 양산과 모베드 물량 확대가 동시에 지연되는 '더블 딜레이'가 발생된다면 에스비비테크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사는 상장 이후 지난 2023년 CB를 통해 300억원을 조달했고 현재는 보통주 전환·조기상환으로 CB를 모두 정리한 상태다.
다만 올해 상반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약 5억원까지 감소한 가운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56억원가량의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어, 양산 물량 확대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운영·투자자금 확보가 다시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가 CB 발행을 비롯한 외부 자금조달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스비비테크 관계자는 추가 CB 발행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 자체는 열려 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