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공급망 다변화 전략 속 삼성 파운드리 역할 확대 주목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가 오픈AI와의 반도체 협력 범위를 메모리 공급에서 차세대 칩 연구·생산 분야까지 넓히고 있다. 오픈AI가 AI 컴퓨팅 수요 급증에 대응해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TSMC 중심의 기존 생산 구조를 보완할 파트너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AI는 삼성전자와 차세대 칩의 연구·생산과 관련한 협력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칩 종류나 생산 물량, 계약 조건 등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메모리 공급 관계에서 파운드리 등 제조 영역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사의 협력은 오픈AI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타게이트에 필요한 메모리 공급을 추진해왔으며,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가 자체 AI 반도체 개발까지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메모리 공급을 넘어 제조 영역으로 확대될 여지도 커졌다.
특히 오픈AI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반도체 제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AI 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와 TSMC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만,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특정 제조사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추가 제조 파트너로 확보할 경우 공급 부족이나 지정학적 변수 등 특정 공급망에 집중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만의 강점도 있다. 오픈AI가 요구하는 제조 역량을 삼성전자가 확보할 경우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까지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 가속기와 HBM은 서로 결합해 작동하는 만큼 칩 제조사와 메모리 업체 간 협업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설계·제조·메모리를 아우르는 협력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오픈AI가 요구하는 수준의 생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이 TSMC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AI 칩은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단순히 첨단 공정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높은 수율과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수율 개선과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도 가동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미국 현지에서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시범 생산과 양산 시점, 초기 생산 안정화 수준 등이 실제 오픈AI와의 협력 확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업계 일각에서 회자되는 2나노(SF2) 수율은 50~60% 수준이다.
오픈AI의 자체 반도체 전략도 이같은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오픈AI는 브로드컴과 자체 AI 가속기 개발을 추진하는 등 외부 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체 칩 설계 역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복수의 제조·공급 파트너를 확보하면 AI 인프라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산능력 제약에 대응하기가 수월해진다.
삼성전자가 최근 AI 생태계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AI 개발사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와 AI 반도체 관련 협력이 맞물리면서, 단순한 반도체 공급업체를 넘어 AI 기업의 컴퓨팅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파트너로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망 안정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오픈AI 입장에서도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2나노 수율과 생산 안정성을 확보한다면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AI와의 협력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