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ING·ANZ·동경해상 등 글로벌 금융사 리스크 대응사례 공유
금감원, 2030년까지 단기 기후 스트레스테스트로 전환 추진
물리적 리스크, 지역·산업별로 세분화해 정량화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금융감독원과 이화여자대학교가 기후리스크 관리 국제 컨퍼런스를 열고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금융권의 역할과 기후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컨퍼런스에선 국내외 금융감독기관과 금융회사, 국제기구가 참여해 각국의 기후금융 정책과 금융회사의 기후리스크 대응 사례를 공유했다.
금감원·이화여대, 국제 컨퍼런스 개최
2일 금융감독원과 이화여자대학교에 따르면 양 기관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Future Climate Finance in the Era of Green Transition'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한국·영국·일본·홍콩 금융감독기관과 HSBC·ING·ANZ·동경해상 등 금융회사,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참석했다.
개회사에 나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한국형 전환금융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이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투명한 기후정보 공시체계를 구축하고 기업이 공개한 기후정보를 전환금융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권과 협력하겠다는 설명이다.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저탄소 전환은 금융·기술·교육 등 다양한 분야가 연결되고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공동 과제라고 강조했다.
일본·홍콩·호주 등 기후금융 정책·시장 동향 공유
컨퍼런스에서는 일본·홍콩·호주 등의 기후금융 정책과 지속가능금융 시장 동향도 소개됐다.
일본 금융청(JFSA)은 향후 10년간 150조엔(약 1400조원) 규모의 그린전환(GX) 투자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가격제인 GX-ETS는 2026회계연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상장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SSBJ) 적용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2026회계연도부터는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보증(Assurance) 의무화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은행권 자체 운영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금융지원으로 발생하는 배출량(financed emissions)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홍콩 정부의 지속가능채권 발행 누적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33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ANZ은행은 올해 상반기 자국의 지속가능부채 발행액이 3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4억달러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지속가능대출 시장에서 호주의 비중도 5%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나선 헬게 뮌켈 ANZ 그룹 제너럴매니저는 친환경 여부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실제로 지속가능한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며 금융회사의 심사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리적 리스크, 금융회사 리스크관리 체계에 반영"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를 신용·담보·운영 등 금융회사의 전반적인 리스크관리 체계에 반영하는 사례를 공유했다.
ING는 폭염 등 극한기후가 유럽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5년 여름 폭염·가뭄·홍수로 인한 유럽의 즉각적인 경제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달했으며, 2029년까지 누적 손실은 0.8%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용·담보·운영·집중·시장·유동성·전략 리스크 등 은행의 거의 모든 리스크 유형이 기후변화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게 ING의 진단이다.
동경해상홀딩스는 보험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재해 발생 전 예방과 피해 최소화, 재해 발생 시 지원, 재해 발생 후 신속한 복구·재건 등 전 단계에서 회복력을 높이는 대응 사례를 제시했다. 특히 일본 국토교통성과 협력해 하천 유역의 홍수 리스크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가이드를 개발하고, 항만시설의 '협력적 방호' 개념을 확산시키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이 한국은행과 함께 추진 중인 기후 스트레스테스트(CST) 동향을 공유했다.
2026년 기후 스트레스테스트는 기존의 2100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장기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2030년까지의 단기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가뭄·폭염 등 극한기후 요인을 추가하고 물리적 리스크를 지역·산업별로 세분화해 정량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최근 집중호우와 산불 등 극한기후가 잇따르면서 금융회사의 기후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피해가 기업의 자산가치와 상환능력, 금융회사의 담보가치 및 신용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리스크를 기존 리스크관리 체계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ADB, 아시아 지속가능금융 시장 확대 지원
ADB는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를 통해 아세안+3 지역의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50억달러 이상의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촉진했으며 150억달러 이상의 후속 발행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5월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공동성명에 따라 올해 8월부터 아세안+3 재해위험금융 이니셔티브(DRFI) 사무국 기능이 ADB로 영구 이관됐다고 밝혔다. ADB는 앞으로도 역내 지속가능금융과 재해위험 대응 역량을 함께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각국 감독기관과 국제기구, 금융회사가 저마다의 정책과 대응 사례를 공유한 이번 컨퍼런스를 두고 물리적 리스크를 재무적 리스크로 직접 연결해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물리적 리스크가 더 이상 환경 이슈가 아니라 신용·자본 이슈로 직결되고 있다는 게 이번 컨퍼런스의 공통된 메시지"라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담보가치·여신심사 단계에서부터 이를 반영하는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