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카드까지 가세…카드업계 '결제 인프라 세대교체' 시작됐나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모두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 솔라나(Solana)와 손잡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회사가 검증하고 있는 영역은 뚜렷하게 갈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4월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6대 핵심 기술 과제의 개념검증(PoC)을 마쳤다고 밝혔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아톤·블록오디세이, 글로벌 웹3.0 기업 솔라나·파이어블록스, 그리고 비자·마스터카드 같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사업자까지 폭넓게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대규모 기술 검증을 진행했다. 검증한 6대 과제는 △블록체인 기반 P2P 결제 △디지털자산 통합 결제 인프라 △스테이블코인 기반 체크·신용 하이브리드 상품 △크로스보더(국가 간) 송금 및 정산 △스테이블코인 결제·교환·정산 네트워크 검증 △IC칩 기반 카드형 하드월렛 결제 서비스로, 카드 결제의 거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한카드의 접근은 '다각도 실험'에 가깝다. 파이어블록스·마스터카드와는 디지털자산 지갑을 기반으로 체크 모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즉시 출금되고, 신용 모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결제 한도가 부여되는 하이브리드 카드를 테스트했다. 비자와는 크로스보더 송금·정산 프로세스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점검했다. 솔라나·노드 인프라와는 웹3.0 지갑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와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프로그래머블 머니(조건부 자동거래 디지털 화폐)' 결제 모델의 설계와 테스트까지 진행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PoC를 통해 기존 법정화폐 기반 결제 시스템과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충실히 검증했다"며 "결제 및 정산 영역에서 고객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등 차세대 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나와의 협력 방식도 신한카드는 한 발 더 나아간 상태다. 지난 4월 30일에는 서울 중구 본사에서 솔라나 재단과 '스테이블코인 기술 협력 및 웹3.0 결제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별도로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김영일 신한카드 부사장과 루 인 솔라나 재단 APAC 사업개발 총괄이 참석했으며, 앞서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과 릴리 리우 솔라나 재단 대표가 논의했던 협력 방안을 구체적인 실무 과제로 옮기기 위한 자리였다. 이 협약에 따라 솔라나 테스트넷을 활용해 고객과 가맹점 간 결제 시나리오를 구현하고, 비수탁형 월렛(제3기관에 자산을 맡기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자산의 제어권을 갖는 방식)의 안정성 검증까지 함께 추진하고 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가맹점 실증'이라는 한 지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KB국민카드도 같은 4월 9일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솔라나, 디지털자산 인프라 기업 안랩블록체인컴퍼니와 협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카드는 솔라나와 협업해 실제 가맹점 환경에서 결제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이슈를 점검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와는 스테이블코인 지갑 생성·관리부터 결제 승인, 정산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환경에 대비해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하며 기술적·운영적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법·제도 및 감독 방향을 충분히 고려해 안정적이고 편리한 결제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온도 차는 검증 항목의 개수와 파트너 구성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신한카드는 6개 과제를 동시에 검증하며 비자·마스터카드 같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까지 파트너로 끌어들인 반면, KB국민카드는 솔라나·안랩블록체인컴퍼니 두 파트너와 가맹점 결제라는 단일 과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는 신한카드가 P2P·크로스보더 송금·하드월렛까지 포괄하는 '전방위 실험형' 전략을, KB국민카드가 실제 상용화에 가장 먼저 부딪힐 지점인 '가맹점 결제 안정성'부터 확실히 다지는 '선택과 집중형'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카드사만의 움직임도 아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2일 갤럭시 언팩 2026에서 삼성월렛에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새로운 결제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전자지갑에 스테이블코인을 연동해 결제 시 우선 사용하고 잔액이 부족하면 나머지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카드사와 빅테크가 사실상 동시에 결제 인프라 재편에 뛰어드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두고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결제 인프라의 세대교체'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아직 두 카드사 모두 정식 상용화 계획을 밝히지는 않은 개념검증(PoC)·기술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연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마련을 공식화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법·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확정되느냐에 따라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중 어느 쪽의 전략이 먼저 실제 서비스로 이어질지가 갈릴 전망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