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박성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역대 최대 규모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한번 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지난 14일 최 회장 측은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의 '9440억 원 재산분할'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2017년 최 회장의 이혼 조정 신청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소송은 1심(665억 원)과 2심(1조 3808억 원)을 거쳐 한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을 노 관장 측의 재산 형성 기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SK 주식을 다시 분할 대상에 포함해 9440억 원 지급을 선고하자 최 회장 측이 재차 불복한 것이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의 특유재산 인정 여부와 주식 가치 산정 시점에 대한 법리오해를 주요 재상고 이유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법원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법적으로 불법성이 명확한 '불법원인급여'로 판단해 노 관장 측 기여를 부정했음에도, 파기환송심의 재산분할 비율(33.3%)이 이전 항소심(35%)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집중 문제 삼았다. 비자금 기여가 차단됐음에도 분할 비율 변화가 미미한 것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 난 이후 취득한 자산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시킨 점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 회장 측은 지난 2017년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취득한 SK실트론 지분(29.4%, 가치 평가액 약 7500억 원)을 분할 대상에 넣는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미반영 등 지분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단기간에 약 1조 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재상고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SK㈜ 주식은 매각 시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에 따라 최소 30일 전 공시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분 매각 자체가 그룹 경영권과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이 심대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경영 안정과 현금 부담 경감을 위해 노 관장 측에 '일부 주식 지급' 방식의 합의를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상고로 최 회장은 15일 0시 기준 발생 예정이던 지연손해금(연 5%, 하루 약 1억 3000만 원)을 면하고 강제집행 부담을 유예받으며 자금 조달 시간을 벌게 됐다. 다만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SK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경영상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성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