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는 정책토론회·무보는 성명...NH농협도 지난달 반대 집회
정부, 9월 전후 로드맵 발표 전망...산은 이전은 법 개정에 멈춰
부산, 4대 특화 기능군 40개 기관 목표...전북도 금융기관 유치 추진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예상되면서 이전 후보로 거론되는 금융기관 노조들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조가 지방이전 저지를 위한 첫 공동 결의대회를 여는 가운데 예금보험공사와 한국무역보험공사 노조도 토론회와 성명으로 가세했다. 이와 달리 부산·전북 등 지방자치단체는 금융기관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어 지방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지부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지방 이전 문제를 놓고 세 노조가 공동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임직원 약 2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노조는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핵심 금융기관을 지역별로 분산하면 금융 역량을 집적한 홍콩·런던·싱가포르 등 세계 금융도시와 경쟁하기 어렵다며 강제 이전 검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문성과 글로벌·전국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정책금융 근거지를 쪼개는 것은 국가 첨단 산업과 중소기업 자금 생태계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 노조는 산업은행이 국민성장펀드의 한 축인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맡고,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과 수출·경제안보 금융을 수행한다며 일반 공공기관과 같은 방식의 이전에 반대했다. 또 1차 이전의 인구 분산 효과가 10%에 그쳤다고 주장하며 금융업을 '고부가가치 집적 산업'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통합 금융 집적화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이 같은 반발은 국책은행 밖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예보 노조는 이날 본사에서 법무법인 린 금융법제연구센터와 정책토론회를 열고 금융안정 기능과 금융회사·당국 간 협업을 고려한 서울 본사 유지의 타당성을 의제로 다뤘다.
무보 노조도 보험·보증을 통해 국내외 금융기관의 수출금융 참여를 이끄는 공적수출신용기관의 특성상 본점이 금융 생태계와 분리되면 협업 효율과 수출기업 지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앞서 NH농협지부도 지난달 서울 광화문에서 본사 이전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는 올해 6·3 지방선거를 거치며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기업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이전하되 기존처럼 분산하지 않고 한데 모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9월 전후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2023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아 이전이 멈춘 상태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여러 지역에서 유치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처럼 금융 공공기관 노조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과 달리 지자체들은 유치전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정부가 로드맵을 내놓으면 기관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충돌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부산시는 지난 3일 전재수 시장 주재로 '공공기관 이전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무보 등을 포함해 해양, 금융, 첨단산업·연구개발(R&D), 영화·영상 등 부산의 4대 특화 기능군과 연계한 40개 기관 유치 목표를 확정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자리 잡은 전북도는 금융·농생명 등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기관 유치에 나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옮긴다고 해서 지역 금융 생태계가 곧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기업과 금융회사, 전문인력, 정주 여건, 유관기관 간 협업 체계를 함께 갖추지 않으면 물리적 이전만으로는 관련 산업과 일자리의 동반 이동을 끌어내기 어려워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