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ETF 투자자 "차라리 일반계좌로 직접 투자"
새 ISA는 국내 자산 중심…실질 혜택은 배당·이자
최종안 미확정…시행령 따라 내용 바뀔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정부가 생산적 금융 ISA 도입과 함께 기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생산적 금융 ISA는 투자 대상을 국내 주식 등 국내 자산으로 제한하는 반면, 기존 ISA의 핵심 장점이었던 장기 과세이연과 복리 효과는 축소된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장기투자의 절세 혜택은 줄이고 국내 투자만 유도하는 정책", "투자자의 선택권을 좁히는 개편"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ISA의 장기 운용 구조를 손질하고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것이다.
5년마다 세금 정산…장기 복리·과세이연 효과 사실상 축소
기존 ISA는 장기간 계좌를 유지하며 국내 상장 해외 ETF 등을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과세이연 효과와 9.9% 저율 분리과세를 활용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혀 왔다.
연간 납입 한도는 2000만원이지만 사용하지 않은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어 자금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었다. 여기에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만기까지 미루고, 세금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수익까지 계속 재투자하면서 복리 효과를 키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ISA는 당장 투자하지 않더라도 일단 계좌부터 만들어 오래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 사실상 공식처럼 통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기존 ISA의 계약기간은 최대 5년으로 제한된다. 앞으로는 5년마다 계좌 내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정산한 뒤 다시 가입해야 하는 구조다. 장기간 자산을 불려가며 과세를 뒤로 미루는 전략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셈이다. 특히 국내 상장 해외 ETF를 수십 년간 적립하며 복리 효과를 기대했던 투자자일수록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ISA를 두고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비과세 한도와 세제 혜택은 확대되지만 투자 대상은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제한된다.
문제는 국내 주식 매매차익은 일반 계좌에서도 원칙적으로 비과세라는 점이다. 결국 생산적 금융 ISA의 실질적인 절세 효과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 ETF 등 장기 자산 증식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기존 ISA를 대체할 만한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청년형 ISA'도 역풍…"해외 절세 줄이고 국장만 유도" 비판
정부는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며 청년형 ISA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 투자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엇갈린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상장 해외 ETF를 활용해 장기 복리와 과세이연 효과를 노리던 청년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정작 청년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던 절세 방식은 축소하고 국내 자산 투자만 장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ISA를 이용 중인 31세 직장인 이모 씨는 "국내 상장 S&P500 ETF 등을 ISA 계좌로 꾸준히 투자하며 절세 효과를 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도를 바꾸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럴 바에는 ISA를 활용하기보다 일반 해외주식 계좌로 직접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도 "장기 절세 혜택을 믿고 가입했는데 정부가 중간에 룰을 바꿨다", "장기 투자와 과세이연 효과를 노리고 만든 절세 계좌의 만기를 강제로 제한하는 것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개악", "청년 혜택이라는데 정작 기존에 가장 많이 활용하던 혜택은 줄어든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도 기존 ISA 이용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존 ISA는 장기 투자와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상당했다"며 "제도 변경으로 투자 전략 자체가 흔들리면서 기존 가입자들의 박탈감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국내 증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열풍과 높은 변동성 등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 해외 투자 절세 혜택은 줄이고 국내 투자 중심의 상품을 내놓는 것이 시장의 요구와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업계에서는 당분간 기존 ISA와 생산적 금융 ISA를 목적에 따라 병행 활용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ETF 등 장기 해외 투자 자산은 기존 ISA를 활용하고, 국내 고배당주나 국내 주식형 펀드 등은 생산적 금융 ISA를 활용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투자 목적에 따라 두 제도를 병행하는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아직 국회 논의와 시행령 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존 가입자에 대한 경과조치와 적용 시기, 계약기간 제한 방식 등 핵심 내용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기존 가입자에 대한 적용 방식과 세부 운용 기준을 조속히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