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확정 땐 지난 4월 중단된 인가 절차 재개 가능성...통과 시 국내 8번째 발행어음 사업자
자기자본 7조6000억원 기반 제도상 최대 15조원대 발행 여력...고액자산가 중심 리테일 경쟁력 주목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삼성증권의 숙원 사업인 발행어음 인가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발목을 잡았던 거점점포 관련 제재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제한하지 않는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인가가 최종 확정되면 삼성증권은 강점인 고액자산가 중심의 리테일 영업망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금융(IB)에 투입하는 WM·IB 연계 전략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임시 안건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삼성증권의 거점점포 불건전 영업행위 관련 제재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일부 영업정지 3개월’을 ‘기관경고’로 한 단계 낮추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경고도 기관 중징계로 분류되지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제한하는 ‘일부 영업정지 이상’의 제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감경안이 확정되면 지난 4월 멈춘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절차도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종 제재 수위는 오는 31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발행어음 인가 절차의 막바지까지 올라섰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4월 8일 삼성증권에 대한 제재가 사회적 신용요건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일 경우 인가를 진행하는 내용의 안건을 심의했다. 이후 거점점포 관련 제재안이 금융위에 제출되면서 같은 달 29일 인가 심사가 중단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기관경고로 확정되면 이르면 9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인가 절차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인가를 받으면 삼성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에 이어 국내 8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된다.
삼성증권 입장에서 발행어음 인가의 가장 큰 효과는 새로운 대규모 조달수단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삼성증권의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7조7000억원 수준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제도상 15조원대의 발행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존 회사채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더해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탄탄한 고액자산가 고객 기반을 갖춘 점이 발행어음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보완할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 6월 19일 기준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개인 고객은 1만645명으로 지난해 말 5862명보다 81.6% 늘었다. 이들이 맡긴 자산도 같은 기간 126조8000억원에서 252조8000억원으로 약 두 배 증가했으며,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개인 고객 역시 2000명을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객 기반이 발행어음 사업 초기 자금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WM 고객에게 발행어음을 판매해 확보한 자금을 IB와 운용 부문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7개 사업자가 이미 발행어음을 주요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삼성증권이 어느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신규 사업자들이 초기 판매 확대를 위해 높은 금리를 제시할 경우 조달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 기업금융과 운용 부문에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고액자산가와 WM 고객 기반이 탄탄해 발행어음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시장 외형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기업금융 자산에 대한 50% 이상 운용 의무에 더해 모험자본 공급 비율도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늘어난 조달자금을 소화할 수 있는 운용 전략과 우량 투자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