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자산 기계설비공제조합, 수장 인선 또 정치권 입김?…“건설금융 전문가 앉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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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자산 기계설비공제조합, 수장 인선 또 정치권 입김?…“건설금융 전문가 앉혀야”
  • 한순구 기자
  • 승인 2026.07.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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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운영위원장 겸임 가능성에 국토부도 제동
조합원 출자금 기반 건설금융기관…이사장 인선 투명성 도마
“관료·정치권 자리 나눠먹기보다 자산운용·리스크관리 아는 민간 경영자 필요”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협회장이 조합 운영위원장까지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자 국토교통부와 정치권이 법 개정을 통한 제동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기 이사장 인선 역시 관료·정치권·협회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단순 업종단체가 아니다. 기계설비건설업체들이 출자한 자금을 바탕으로 보증, 융자, 공제, 자산운용을 수행하는 건설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은 1만개사를 넘어섰고, 보증잔액은 14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조합 전체 자산도 1조원대를 웃돈다.

그럼에도 조합의 핵심 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사장 선임 때마다 국토부 출신 관료, 정치권 인사, 협회 핵심 인사 등이 거론되고, 운영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도 반복되고 있다. 조합원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공제조합이 특정 세력의 자리나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협회장 겸임 논란에 국토부 제동…“조합 독립성 훼손 우려”

최근 논란의 중심에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과 공제조합 운영위원장 겸임 가능성이 있다. 협회장이 조합 운영위원장까지 맡을 경우 협회와 조합의 권한 분리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운영위원회는 조합의 주요 경영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핵심 기구다. 이사장 추천과 예산, 사업계획, 경영 방향 등 조합 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자리를 협회장이 함께 맡으면 조합 운영이 협회 또는 특정 회원사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도 협회장과 조합 운영위원장의 겸임은 기존 제도 개선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협회와 공제조합 간 유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협회장의 당연직 운영위원 참여를 제한했다. 그러나 보궐선임 등을 통해 운영위원회에 진입한 뒤 운영위원장에 오르는 우회로까지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정치권이 추진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도 이 같은 허점을 겨냥하고 있다. 운영위원의 재선임 제한을 명확히 하고, 운영위원회가 맡던 심의·의결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이 골자다. 조합의 독립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와 공제조합은 협력 관계이지만 역할은 분리돼야 한다”며 “협회장이 조합 운영위원장까지 맡으면 조합이 조합원 전체 이익보다 협회 권력구조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사장 인선도 시험대…“국토부·정치권 자리로 소비돼선 안 돼”

운영위원장 논란은 결국 차기 이사장 인선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장기간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오며 수장 공백 문제가 반복됐다. 과거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국토부 영향력 논란과 내부 반발, 소송전이 불거졌다.

공제조합 이사장은 단순 명예직이 아니다. 조합원 출자금과 보증 리스크, 자산운용, 공제사업, 융자사업, 대외 신용도, 국토부·협회 관계까지 총괄하는 자리다.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조합의 보증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지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도 이사장 인선이 매번 “누가 미는 사람인가” “어느 부처 출신인가” “정치권과 얼마나 가까운가”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조합원 신뢰를 얻기 어렵다. 조합이 사실상 건설금융기관으로 성장한 만큼, 후임 이사장은 관료 경력이나 정치적 배경보다 금융·자산운용·리스크관리 역량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금융 전문가는 “공제조합은 조합원 돈으로 운영되는 금융성 기관”이라며 “이사장은 업계 이해만 아는 사람도, 부처 출신 명함만 가진 사람도 부족하다. 보증 리스크와 자산운용, 조직경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제사업만 봐도 안정적 수익…리스크관리 고도화 과제

조합의 공제사업 실적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공제사업 현황에 따르면 영업수익은 127억원, 영업이익은 26억원, 당기순이익은 28억원을 기록했다. 손해율은 41.1%로 전년보다 개선됐고, ROA와 ROE도 각각 8.89%, 16.13%를 나타냈다.

공제사업 부문만 보면 외형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합 전체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합은 1만개가 넘는 조합원과 14조원대 보증잔액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자산총계는 1조원을 넘고, 대외 신용등급도 A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조합의 보증여력, 융자조건, 공제 안정성, 배당과 환원 정책이 생존과 직결된다.

건설경기가 악화될수록 공제조합의 역할은 커진다. 원도급사의 지급 지연, 공사비 상승, 미분양 리스크, PF 부실 여파는 하도급·전문건설업체의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때 공제조합이 보증과 융자, 공제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조합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조합은 이미 위험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공시하고 있다. 리스크관리는 전사적·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영업·자금운용 조직과 별도로 운영하며, 과다한 리스크 노출을 막기 위해 허용한도를 설정해 관리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문제는 이런 원칙이 실제 인사와 지배구조에서도 지켜지고 있느냐다.

 

“협회장도, 관료도 아닌 민간 경영형 리더십 필요”

업계 안팎에서는 차기 이사장 인선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계설비공제조합이 단순 보증기관을 넘어 건설금융기관으로 커진 만큼, 조합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협회와 조합의 분리는 명확해야 한다. 협회는 업계의 정책 요구와 대외 협상을 담당하는 조직이고, 공제조합은 조합원 출자금과 보증 리스크를 관리하는 금융성 기관이다. 협회장이 조합 운영위원장까지 맡거나, 협회 이해관계가 조합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반영되면 조합의 독립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토부 출신 관료 중심 인선도 한계가 있다. 국토부와 조합의 정책 소통은 필요하지만, 감독기관 출신이 반복적으로 조합 수장에 오르는 구조는 전관 논란과 낙하산 비판을 부를 수 있다. 특히 과거 선임 과정에서 국토부 개입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번 인선은 더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정치권 인사도 마찬가지다. 공제조합은 선거 보은이나 정무형 경유지가 아니라 조합원 재산을 지키는 기관이다. 특정 정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이사장이나 상임임원 자리가 돌아가면 조합원 신뢰를 얻기 어렵다.

대안은 민간 경영형 리더십이다. 건축과 시설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재무와 자산관리 경험이 있으며, 대형 조직을 운영해본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합이 보증·융자·공제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도 자산운용 수익률, 조합원 환원, 해외보증, 신사업 확대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1조원대 자산을 가진 기관이라면 수장은 단순 업계 대표나 관료가 아니라 자산과 리스크를 아는 경영자여야 한다”며 “건축·시설을 이해하면서도 재무와 조직을 운영해본 민간 인사가 오히려 조합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계설비산업, 제로에너지·데이터센터 시대 핵심 인프라

기계설비산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냉난방, 공조, 배관, 환기, 에너지효율 설비는 건축물의 품질과 안전, 에너지 소비를 좌우한다. 제로에너지 건축, 그린리모델링, 데이터센터, 반도체·바이오 공장, 스마트빌딩 확산은 모두 기계설비 수요와 연결된다.

이런 산업 변화 속에서 공제조합의 역할도 단순 보증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고부가 설비공사, 해외 프로젝트, 데이터센터·클린룸 설비, 에너지효율 개선 공사에 맞는 보증상품과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조합이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성장 발판을 제공하려면 자산운용 안정성뿐 아니라 신사업 발굴 역량도 갖춰야 한다.

차기 이사장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조합원 보증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건설경기 침체기에 중소 조합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며, 자산운용 리스크를 통제하고, 조합원 환원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기계설비산업이 미래 건축·산업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 기능을 고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 내부 정치에 갇힌 리더십보다 외부 민간 경영 감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조합 내부 실무진이 보증과 영업을 담당하고, 이사장은 자산운용·대외협력·신사업·리스크관리의 큰 방향을 잡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인선 기준 공개해야…“조합원 출자금 지키는 사람이 와야”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투명한 인선 기준이다. 이사장 후보가 누구의 추천을 받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 자산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다. 후보자의 금융 이해도, 자산운용 경험, 조직경영 능력, 이해충돌 가능성, 협회와의 독립성, 국토부와의 관계 설정 능력을 공개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운영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운영위원회가 특정 세력의 의중을 추인하는 기구로 전락하면 조합의 독립성은 약화된다. 운영위원회는 조합원 전체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며,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정치적 편의보다 조합의 장기 건전성을 우선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누가 어느 라인인지가 아니라 내 보증과 출자금이 안전하게 관리되는지”라며 “차기 이사장 인선은 조합이 협회나 관료 조직의 부속기관인지, 조합원 중심의 독립 금융기관인지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이미 1만 조합원 시대에 들어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자리 나눠먹기식 인사가 아니라 조합원 출자금과 보증 리스크를 책임질 수 있는 경영 리더십이다. 협회장도, 관료도, 정치권 인사도 무조건 배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조합의 독립성과 금융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해칠 인사는 안 된다.

차기 수장은 조합원 돈을 지키고, 건설금융기관으로서 조합의 미래를 설계할 사람이어야 한다. 기계설비공제조합 인선이 또 한 번의 낙하산 논란으로 흐를지, 아니면 민간 경영형 리더십을 세우는 전환점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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