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와 AI 서밋서 LTA 발표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기공급계약(LTA)이 단순한 판매 계약을 넘어 AI 메모리 물량을 배분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모이는 미국 AI 서밋에서 추가 LTA 체결 여부가 논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AI 서밋'에서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들과 만난다. 행사에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혹 탄 브로드컴 사장 겸 CEO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AI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협력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최근 AI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빅테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는 생산능력을 어떤 고객에게 배분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추가 LTA 체결 여부가 이번 회동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와 관련해 "(이번 행사에서) 단순 양해각서(MOU) 체결을 넘어 장기 계약과 전략적 제휴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AI 메모리 시장에서 LTA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이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계약이었다면, 지금은 공급사가 제한된 생산능력을 어떤 고객에게 우선 배정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거래의 중심도 가격 협상보다 안정적인 공급 관계를 구축하는 장기계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4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흐름은 계약 비중에서도 확인된다. 마이크론은 현재 LTA의 일종인 전략적 고객 계약(SCA)이 D램 물량의 약 20%, 낸드 물량의 약 33%를 차지하며 향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SCA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역시 LTA 비중이 약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계약 조건도 달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LTA에는 계약액의 10~30% 수준 선급금과 D램 최저가격 보장 조항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일부 계약에서 가격 상한을 두지 않는 방식을 적용했고, 마이크론은 가격 상한 대신 최저가격을 높게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조건이 강화될수록 장기계약을 체결한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장기계약이 늘어날수록 계약으로 묶이지 않은 물량은 줄어든다. 생산능력이 단기간에 크게 확대되기 어려운 만큼, 중견 서버 업체나 일반 세트 업체처럼 장기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고객은 물량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증설에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LTA 확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사가 생산능력을 미리 배분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고객들도 장기계약을 통해 물량을 선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장기계약에 포함되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며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LTA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계약 규모보다 어떤 고객이 장기계약 명단에 포함되는지가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