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부패한 이너서클' 질타 반년 만에 제도화 윤곽
법제화·가이드라인 막판 조율…연임 시 특별결의 의무화도 검토
KB금융 차기 회장 숏리스트 확정 앞두고 금융권 촉각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정부가 제도적 제동을 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오는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을 논의·확정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부패한 이너서클'을 지적한 이후 반년 만에 제도화가 가시화됐지만 연임 제한의 법제화 여부와 적용 방식 등을 둘러싼 막판 조율은 발표 직전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대통령 질타가 쏘아올린 개편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금융지주 회장 3연임 제한, 이사회 참호구축 차단,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지주 특성상 현직 회장에게 우호적인 이사회가 꾸려지면서 장기 재임이 고착화된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법률로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논의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금융위·금감원 업무보고에서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서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국회에서도 후속 입법이 추진됐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3월 회장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해 총 재임 기간을 최대 6년으로 묶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정례 간담회에서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지배구조 최종안이 보고됐다"며 3연임 제한을 개편안에 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법제화냐 가이드라인이냐…막판 조율
금융감독원은 연임 제한의 법제화에 무게를 두는 반면 금융위원회는 주주권 침해와 과잉 규제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상법상 이사 선임 권한은 원칙적으로 주주총회에 있는 만큼 연임 횟수를 법률로 일률 제한할 경우 주주의 후보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위헌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법률 개정을 추진하되 제도 시행 전까지는 모범규준이나 가이드라인 형태로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개정은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대신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도록 하는 특별결의와 함께 사외이사 구성·임기 운영 개선,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도 개편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책임경영 강화냐 관치금융이냐"
이번 개편안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올해 초 나란히 연임에 성공한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임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이후 연임 여부를 검토하는 시점에는 새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 달 3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 확정을 앞둔 KB금융도 개편안의 최종 방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3연임 제한을 두고는 관치금융으로 경영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금융지주의 공공성을 고려하면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책임경영 강화라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특정 CEO의 연임을 겨냥하기보다 회장 선임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원칙이 은행장을 비롯한 자회사 CEO 선임에도 확대 적용될 경우 연말 금융권 인사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최종 개편 방향은 22일 8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