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3분기 발의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인다. 통신자료 요청 권한을 신설하고, 시세조종에만 적용되던 원금 몰수·추징 대상을 미공개정보 이용과 부정거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사건분석 AI 에이전트’ 도입 등을 통해 시장감시 체계도 고도화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8일 금융위원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1주년 운영성과 점검 회의’를 열고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지난해 7월 30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인력 36명으로 출범했다. 올해 1월 1팀 체제에서 2팀 체제로 확대 개편하며 62명으로 인력을 늘린 데 이어, 상반기 추가 보강을 거쳐 현재 90명 규모로 운영 중이다. 정부는 향후 인력을 1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합동대응단은 출범 이후 슈퍼리치의 장기 시세조종, 증권사 고위 임원의 내부자거래, 상장사 공시담당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등 중대 불공정거래 사건 10여건을 적발·조사했다. 관련 사건은 검찰에 고발·통보했으며, 이 가운데 2건에는 과징금을 선제적으로 부과해 부당이익을 신속히 환수했다.
현재도 시세조종과 선행매매 등 다수 사건을 조사 중이다. 중요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을 통해 핵심 증거를 확보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합동대응단은 기관별로 분산돼 있던 조사 기능을 한 공간에 모으고, 기관 간 칸막이를 줄인 것이 핵심 성과라고 평가했다. 신속 심리 이후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시 공동조사까지 이어가는 방식으로 증거 확보와 분석의 속도, 조사 완결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합동대응단 출범이 시장 전반의 내부통제 강화로도 이어졌다고 봤다. 증권사와 언론사 등이 임직원 주식매수 금지, 모니터링 범위 확대, 윤리지침 마련 등에 나섰고,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언론인 금융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자정 노력이 금융권 밖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향후 조사와 제재 권한을 강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증거인멸을 방지하고 정보 전달 경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권한 신설을 추진한다. 시세조종에 한정된 원금 몰수·추징 규정도 미공개정보 이용과 부정거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올해 3분기 중 발의될 예정이다.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도 높인다. 금융위는 과징금 부과 요건과 절차를 합리화하는 한편, 불공정거래 관련 계좌의 지급정지 기간을 현행 6개월, 최대 2회 연장에서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AI 기반 감시 시스템도 대폭 강화한다. 한국거래소는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범죄 행위를 AI로 탐지하고, 이를 실제 매매 양태와 결합해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탐지 조건에 따른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사건분석 AI 에이전트’도 도입한다.
이와 함께 합동대응단 내 IT 시스템 간 연계·연동을 강화하고,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최신화하는 한편 거래소의 시장정보 및 제보 분석 기능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악질·상습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임원 선임 제한 등 행정조치를 적극 활용해 자본시장 퇴출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년간 합동대응단은 자본시장 신뢰 확보의 최전선에서 불법행위를 신속히 적발하고 엄정히 제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조사와 제재 권한을 강화하고 AI 기반 시장감시와 기관 간 협업을 고도화해 불공정거래에 더욱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으면 누구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없다”며 “합동대응단이 강력한 원팀으로 뭉쳐 자본시장의 정의를 실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