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막히자 재생에너지로 눈 돌리는 금융권…‘공장 지붕’이 새 인프라 자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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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막히자 재생에너지로 눈 돌리는 금융권…‘공장 지붕’이 새 인프라 자산 되나
  • 한순구 기자
  • 승인 2026.06.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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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시중은행 미래에너지펀드 조성…태양광 PF 사례도 잇따라
부산 산단 지붕형 태양광, 전남 대형 태양광 PF 등 금융권 참여 확대
“산단 지붕·물류센터·창고 활용하면 부지 훼손 없이 전력 인프라 확보”
2014년 한화큐셀이 준공한 육군 종합보급창 4MW 지붕형 태양광 발전설비
2014년 한화큐셀이 준공한 육군 종합보급창 4MW 지붕형 태양광 발전설비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장기간 위축되면서 금융권의 인프라 투자 시선이 재생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다. 아파트·오피스텔·물류센터 개발금융이 금리 상승과 공사비 부담, 미분양 리스크로 위축된 반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장기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규모 산지·농지 태양광보다 공장, 창고, 물류센터 지붕을 활용하는 ‘지붕형 태양광’이 새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별도 부지 확보 부담이 작고, 산림 훼손이나 주민 반발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산업단지 전력 수요와 RE100 대응 수요가 맞물리면서 금융권과 지방자치단체 모두 관심을 키우는 분위기다.

 

금융권, 부동산 PF 이후 새 투자처 찾는다

금융권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 PF는 토지비, 공사비, 분양가, 책임준공, 미분양 등 복합 리스크가 커졌다.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은 인허가와 계통 접속, EPC 계약, 장기 운영구조가 정리되면 발전량과 운영수익을 일정 수준 예측할 수 있다.

정부도 녹색금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은 2030년까지 총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해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해상풍력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된 투자 대상이지만, 금융권이 재생에너지를 생산적 금융과 ESG 투자 영역으로 본격 편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이 과거처럼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인 장기 현금흐름을 가진 인프라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ESG 명분과 수익성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실제 PF 사례도 나온다…신한·산은, 전남 태양광에 2410억원 금융약정

실제 금융권 참여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은 최근 전남 영광군 90MW급 태양광 발전사업에 2410억원 규모의 PF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하고, 지중 송전선로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대형 재생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이 사례는 금융권이 태양광 발전사업을 단순 설비 투자가 아니라 장기 운영수익을 가진 인프라 자산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전량, 전력 판매 구조, 송전 인프라, 운영관리 체계가 일정 수준 갖춰질 경우 대규모 PF 구조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태양광 사업이 풍력보다 상대적으로 공사 기간이 짧고, 기술 리스크가 낮으며, 사업 단위를 쪼개 관리하기 쉽다는 점도 장점으로 본다. 다만 인허가와 계통 접속, 발전량 검증, 운영관리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업에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부산 산단 지붕 태양광, 공장 지붕도 금융자산 가능성 보여줘

지붕형 태양광에서도 금융권 참여 사례가 있다. 부산 미음일반산업단지에서는 입주기업 지붕을 활용한 10MW급 태양광 발전사업에 PF 금융이 붙은 바 있다. 공장 지붕 약 13만㎡ 이상을 활용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준공 후 장기간 운영하는 구조다.

부산시는 이후 미음산단과 국제산단 등으로 대상을 넓혀 2027년까지 민자 방식으로 대규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수백 개 기업의 지붕과 유휴공간을 묶어 대규모 발전자산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 같은 모델은 금융권 입장에서 의미가 크다. 개별 공장 지붕 하나는 소규모 사업에 불과하지만, 산업단지 단위로 묶으면 수십MW에서 수백MW 규모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사업장을 분산하면 특정 공장이나 특정 지붕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공장주 입장에서도 유휴 지붕을 활용해 임대료나 선급금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직접 전력을 사용하는 자가소비형 모델을 선택하면 전기요금 절감과 RE100 대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산단 지붕은 왜 주목받나…“부지 훼손 없는 재생에너지”

지붕형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부지 논란이 작다는 점이다. 산림이나 농지를 활용하는 지상형 태양광은 환경 훼손, 경관 문제, 주민 반발, 인허가 지연이 반복돼 왔다. 반면 공장·창고·물류센터 지붕은 이미 개발된 공간이다. 토지를 새로 훼손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릴 수 있다.

산업단지 입장에서는 전력 수요와도 맞물린다. 제조업, 물류, 냉난방, 데이터 처리 수요가 커질수록 전력 부담은 늘어난다. 지붕형 태양광은 생산지와 소비지가 가까운 분산형 전원이라는 점에서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보완재로 평가된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 감축 요구를 받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중견 제조업체도 RE100, 탄소배출량, ESG 공시 요구에서 자유롭지 않다. 산단 내 지붕형 태양광은 기업들이 탄소중립 대응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으로 꼽힌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산단 지붕형 태양광은 환경 훼손 논란이 작은 재생에너지 보급 방식”이라며 “지자체가 기업유치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산단 지붕과 공공시설 유휴공간을 에너지 자산으로 보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금융 구조화…중소 시행사엔 레퍼런스가 생명

다만 지붕형 태양광이 확산되려면 금융권 참여가 필수다. 태양광 사업은 단순히 패널을 설치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부지 또는 지붕 사용권 확보, 구조안전진단, 인허가, 계통 접속, EPC 계약, 보험, 유지보수, 발전량 검증, 전력 판매 구조가 모두 맞아야 한다.

특히 중소 시행사는 자기자본만으로 여러 구간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 금융권 PF가 붙으려면 첫 번째 상업운전 실적, 발전량 데이터, 운영비 내역, 보험 구조, 표준계약이 필요하다. 한두 개 구간이라도 실제 완공 사례를 확보하면 이후에는 여러 사업장을 묶어 포트폴리오 금융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 담당자는 “금융기관이 보는 것은 태양광이라는 이름표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현금흐름”이라며 “공장 지붕형 태양광은 다수 사업장을 묶고 계약 구조를 표준화하면 투자자산이 될 수 있지만, 레퍼런스 없이 사업권만 들고 오면 심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붕 임대차 계약, 지상권, 철거 의무, 보험, 매각 시 승계 조건이 정리돼야 한다”며 “금융권 참여가 늘려면 사업자가 아니라 계약 구조가 먼저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장주가 꺼리는 이유도 있다…지상권·매각 리스크

현장에서는 공장주 동의가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태양광 사업자는 지붕을 빌려 설비를 설치하고 장기간 발전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공장주는 향후 건물 매각, 담보 설정, 증축, 지붕 보수, 화재·누수 책임을 우려한다.

특히 장기 계약이 공장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건물 매수자가 지붕 태양광 계약 승계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 공장의 경우 지붕 보강 비용도 변수다. 태풍, 적설, 누수,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붕형 태양광 표준계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대료 또는 선급금, 구조보강 책임, 설비 소유권, 보험, 유지보수, 철거 의무, 매각 시 승계 조건을 명확히 해야 공장주와 금융권 모두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다.

 

지자체 역할 커진다…부산·경기·충청권으로 확산 가능성

지붕형 태양광이 본격 확대되려면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부산 사례처럼 산단 단위로 입주기업을 묶고, 금융권과 공공기관, EPC 업체, 운영사를 연결하면 개별 기업이 혼자 추진할 때보다 속도가 빨라진다.

경기도 역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RE100 정책을 추진하며 공장 지붕과 유휴공간 활용을 주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 있는 울산·경남·충남·충북·전북 등도 산단 지붕형 태양광을 검토할 여지가 크다. 물류센터가 밀집한 수도권 외곽과 충청권 역시 후보지로 꼽힌다.

충청권에서는 세종도 예외가 아니다. 세종은 대규모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행정수도 기능과 함께 자족도시·기업유치 과제를 안고 있다. 세종테크밸리, 스마트국가산단, 조치원·연서권 산업거점, 물류·창고 시설 등이 확충될 경우 전력 인프라와 RE100 대응 능력은 기업유치의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다만 세종을 포함한 지자체가 유의할 점은 특정 사업자를 앞세우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시설과 산단 지붕의 발전 가능 용량을 먼저 조사하고, 공개경쟁과 표준계약, 주민환원, 금융권 검증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한 지방행정 전문가는 “기업유치 경쟁은 이제 부지와 보조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전력 확보와 탄소중립 대응 인프라를 제시할 수 있는 지자체가 기업 입지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공부지 태양광은 투명성이 우선

지자체가 공공청사, 주차장, 체육시설, 학교, 하수처리장, 도로 유휴공간 등 공공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더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공공부지 태양광은 특혜 논란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 방식, 임대료 산정, 발전수익 배분, 주민환원, 안전관리 기준이 불투명하면 사업 자체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새 단체장이 출범한 지역에서는 공공부지 활용 사업이 인사·정무 논란과 얽힐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공공부지 태양광은 공개입찰, 수익구조 공개, 주민환원, 안전성 검증, 사후관리 체계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 금융권도 이 부분을 민감하게 본다. 인허가와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 PF 회수 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금융권 참여 없이는 시장 확대 어렵다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지붕형 태양광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금융권 참여가 필수라고 본다. 초기에는 시행사와 EPC 업체가 자체 자금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산업단지 단위로 확장하려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의 자금이 필요하다.

한 에너지 금융 전문가는 “공장 지붕형 태양광은 개별 영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수십 개 사업장을 묶어 발전량과 계약 구조를 표준화하고, 금융권이 들어올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시장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PF에서 손실을 본 금융사들이 무작정 재생에너지로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검증된 발전량, 표준화된 계약, 안정적 운영관리 체계가 마련된다면 태양광은 장기 현금흐름을 가진 인프라 자산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PF 빈자리, 지붕형 태양광이 메울까

금융권의 자금 흐름은 이미 바뀌고 있다. 부동산 PF는 부실 우려로 위축됐고, 금융사는 ESG와 생산적 금융이라는 명분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고 있다. 태양광은 이 조건에 비교적 잘 맞는 자산군이다.

하지만 관건은 사업 구조다. 공장 지붕형 태양광이 금융권 자금을 끌어오려면 단순 영업이 아니라 인허가, 계통 접속, EPC, 유지보수, 보험, 표준계약, 발전량 검증, 매각 구조까지 갖춘 인프라 상품으로 정리돼야 한다.

부산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전남 대형 태양광 PF, 산업은행·시중은행의 미래에너지펀드 조성은 금융권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실제 투자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자체와 사업자가 특혜 논란 없이 투명한 구조를 만들고, 금융권이 신뢰할 수 있는 반복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는 일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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