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PO 시장에 당근은 없고 채찍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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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IPO 시장에 당근은 없고 채찍만 남았다
  • 정수진 기자
  • 승인 2026.06.2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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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상장 60% 급감…얼어붙은 IPO 시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 질주…지수와 체감 경기 괴리
투자자 보호 강화 속 높아진 상장 문턱
"당근은 없고 채찍만"…기업들이 IPO를 꺼리는 이유
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은 15곳(스팩 제외)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곳과 비교하면 60% 줄었다. 코스피 신규 상장도 케이뱅크 1건뿐이었다.

얼핏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올해 국내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다르다. 증시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특정 업종만 좋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증시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주도했다. 두 종목은 올해 들어 각각 약 180%, 290% 상승하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IPO 후보 기업들이 주로 속한 바이오·2차전지·소비재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상장한 덕양에너젠, 액스비스, 카나프테라퓨틱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메쥬, 한패스, 인벤테라, 채비 등 상당수 종목이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한때 1200선을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800선대로 내려앉았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체감하기 어렵다.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IPO를 서두를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상장 문턱을 꾸준히 높여왔다. 중복상장 규제는 강화됐고, 기술특례 상장 심사도 엄격해졌다. 밸류업과 주주환원 확대 요구도 커졌다.

물론 투자자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균형이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책임과 의무는 계속 늘어나는데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인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IPO 시장을 이끌었던 대형 딜 상당수는 대기업 계열사 상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복상장 이슈로 추진 자체가 쉽지 않다. 반면 상장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는 찾아보기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상장 후 부담은 커졌는데 상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매력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며 "최근 IPO 시장은 당근보다 채찍이 많은 구조"라고 말했다.

IPO 시장은 단순히 기업 몇 곳을 상장시키는 시장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기업들에게 상장을 권하면서도 정작 상장할 이유는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채찍만으로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들이 자본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당근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금융부 정수진 기자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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