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용대출 연체율 두 배 가까이 올라…대기업·주담대는 비교적 안정세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은행 연체율이 한 달 만에 다시 올랐다. 신규 연체가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분기 말마다 은행들이 연체채권을 대거 정리해 수치를 낮춰왔던 효과가 사라졌다는 데 있다. 3월의 '착시'가 걷히고 4월에 진짜 연체율이 드러난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18일 발표한 '4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4월 은행 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 말(0.56%)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0.57%)과 비교해서도 0.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의 핵심은 연체채권 정리 규모의 급감이다. 4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9000억원으로 전월(2조7000억원)보다 2000억원 늘었다. 신규 연체 증가는 그 자체로 우려스럽지만 증가폭은 크지 않다. 진짜 변화는 연체채권 정리 규모에서 나타났다. 4월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전월(4조3000억원) 대비 무려 2조7000억원이나 줄었다. 신규 연체 증가분(2000억원)보다 연체채권 정리 감소분(2조7000억원)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려면 은행의 연체율 관리 방식을 알아야 한다. 은행들은 통상 분기 말에 연체채권을 묶어서 상각하거나 매각해 장부상 연체율을 낮춘다. 3월이 1분기 마지막 달이었던 만큼 대규모 정리가 이뤄졌고, 그 결과 3월 연체율은 양호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4월은 분기 중간 달이라 이런 대규모 정리 작업이 없었다. 금감원도 "연체채권 정리 규모 감소는 통상 은행이 분기 말 연체채권 상·매각 규모를 확대하는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직접 설명했다. 즉 4월 연체율 상승은 갑자기 부실이 늘어난 게 아니라, 3월에 인위적으로 낮춰졌던 수치가 평소 수준으로 되돌아온 것에 가깝다.
업종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두드러진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74%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22%로 전월과 동일하게 유지됐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0%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중소법인 연체율(0.98%)은 0.10%포인트,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78%)은 0.07%포인트씩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42%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30%)은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율(0.83%)은 0.07%포인트나 뛰었다.
분기 말 효과가 사라지며 드러난 연체율이라는 점은 역설적으로 또 다른 경고이기도 하다. 매 분기 말마다 대규모 매각·상각으로 수치를 관리해야 할 만큼 연체채권이 누적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중동 상황 여파에 따른 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연체율 및 신규 연체 발생 추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은행의 선제적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체 우려가 있는 취약차주 등에 대해서는 은행의 자체 채무조정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분기 말인 6월에는 다시 대규모 매각·상각이 이뤄지며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다음 7월에 또 비슷한 반등이 나타난다면, 이는 일시적 착시가 아니라 구조적인 연체 누적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