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는 쇼룸의 가죽 시트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19번 GMR-001이 르망 24시간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이퍼카 클래스 13위였다. 17번 차는 완주까지 7시간 30분을 남기고 서스펜션 손상으로 멈췄다. 19번 차도 경기 중 네 차례 멈췄다. 그래도 다시 달렸다.
그 장면이 이번 도전의 핵심이다.
제네시스가 그동안 보여준 럭셔리는 정적이었다. 조용한 실내, 절제된 선, 문을 닫는 소리와 시트의 감촉으로 프리미엄을 설명했다. 잘 만든 럭셔리였다. 그러나 유럽의 오래된 고급차 브랜드들은 서킷에서 기술과 실패, 승리와 패배를 쌓아왔다. 그것이 족보가 됐다.
제네시스에는 그 족보가 없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없는 역사를 빌리는 대신 새로 만드는 길을 택했다. 2005년 기아 사장에 올라 디자인을 경영의 중심에 놓았다. 2015년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출범시켰다. 한국차가 세계 럭셔리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묻는 도전이었다.
르망은 그 구상을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시험하는 장소다.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드라이버와 정비사, 엔지니어와 전략 담당자가 24시간 동안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자동차 한 대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달리는 경기다.
CEO는 조직이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한다. 안전하게 이미지를 지킬 수도 있고, 실패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트랙으로 조직을 밀어 넣을 수도 있다. 정의선은 후자를 택했다.
젊은 브랜드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르망의 24시간은 제네시스가 없던 역사를 빠르게 쌓는 압축된 시간이다. 하이퍼카 클래스 13위를 성공 신화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를 다음 차에 반영한다면, 13위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럭셔리는 쇼룸의 가죽 시트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을린 19번 차에는 제네시스가 그동안 갖지 못했던 한 줄이 새겨졌다.
르망을 완주한 럭셔리다.
이충진 기자 ho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