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장관섭 기자]
기업은행의 중견 간부가 담당 거래처들과 유착해 금품을 수수하고, 친형 명의의 차명 회사를 동원해 무인호텔을 직접 경영해 오다 내부 감사에 적발돼 파면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간부는 대출 한도를 부풀리기 위해 허위 공사계약서를 작성하고, 감시망을 피하고자 주민등록지를 무단 이전하는 위장전입을 감행했다. 나아가 고객과 내부 결재권자의 서명을 마음대로 위조해 수십억 원의 자금을 주무르는 등 금융기관의 근간을 뒤흔드는 불법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금융권에 초대형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10일 중소기업은행 감사에 따르면, 최근 특정감사를 실시해 마장동지점 소속 차장 김모 씨의 차명 사업 운영, 금품수수 및 사적 금전거래, 여신·수신 업무 위반, 감사 방해 등 다수의 중대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 처분을 내렸다.
◇ 위장전입에 '업 계약서' 동원… 은행 돈으로 본인 소유 무인텔 지었다
감사 결과 김 씨는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엄격히 금지된 영리 목적의 별도 사업 영위 금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김 씨는 친형의 명의를 빌려 무인호텔과 무인텔, 별도 법인 등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며 상습적인 차명 영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전 근무시 알게 된 여신거래처들과의 조직적인 유착 범죄가 고스란히 덜미를 잡혔다. 김 씨는 자신이 실소유한 무인호텔의 신축자금 대출을 타행(지역농협)에서 추진하면서, 은행의 대출 자격 요건을 맞추기 위해 담당 거래처 대표의 도움을 받아 주민등록 주소지를 양평 지역으로 불법 이전하는 위장전입을 저질렀다.
대출 금액을 사기로 증액하기 위한 ‘계약서 조작’도 주도했다. 김 씨는 담보 감정평가 금액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실제 공사 대금보다 훨씬 부풀려진 허위 공사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거래처를 직접 동원했다. 또 은행 임직원과 고객 간의 사적 금전거래 제한 규정을 비웃듯, 여신거래처 관계자들과 은밀히 공동 법인을 설립해 투자 사업을 벌이면서 이를 은행에 일절 신고하지 않았다.
◇ 결재권자 서명 위조하고 실명확인 패스… 은행을 ‘개인 금고’로 썼다
대출과 예금, 카드 등 은행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는 김 씨의 독단적인 전횡 앞에 완전히 무력화됐다.
김 씨는 다수의 차주 대출서류에서 고객 서명을 자필로 직접 위조하거나 타인에게 대필하도록 지시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은행 내부 감시망을 완벽히 우회하기 위해 결재권자의 서명과 날인까지 직접 허위로 기재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시설자금대출 심사 과정에서는 차주가 실제 취득하는 지분보다 과도하게 큰 규모의 시설을 매입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대출금을 불법으로 과다 실행해 준 배임 혐의도 포착됐다.
예금자 실명확인법도 완전히 깨졌다. 김 씨는 다수의 계좌 개설 과정에서 고객 작성용 은행거래서를 직접 대필했고 금융 사고 예방의 기본인 실명확인 절차를 생략했다. 친형의 무인텔 사업체 계좌를 개설해 줄 때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허위 대출 약정서를 첨부해 일반 계좌로 개설해 주는 촌극을 빚었다.
◇ 감사 요구엔 ‘배짱 거부’… 부실 영업점들도 무더기 징계 소나기
비위 행각이 발각된 이후에도 김 씨는 은행 간부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채 감사를 철저히 방해했다. 금품수수 의혹의 핵심 증거가 될 금융거래 내역 제출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는가 하면, 압박이 지속되자 작성 시점이 모순되거나 진위 확인이 불가능한 허위 소명자료를 급조해 제출했다가 감사 당국에 적발되어 가중 처벌을 받았다.
기업은행은 김 씨를 파면 조치하는 한편, 이 같은 초대형 금융 사고가 장기간 지속되는 동안 인감·통장 관리와 내부 감사 업무를 철저히 방관하고 직무를 태만히 한 관련 영업점들과 전·현직 직원들에 대해서도 무더기로 주의 및 훈계 조치를 내렸다.
장관섭 기자 timeline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