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래량 85% 급감·1분기 적자 전환…베트남·미국이 유일한 돌파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는 사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사회에 글로벌 협력 총괄을 사내이사로 끌어올리며 베트남·동남아·미국 시장 공략을 이사회 차원의 과제로 격상시켰다. 국내 거래량 급감이 해외 확장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지난달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개편하며 글로벌 협력 총괄 박현중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다날·삼성전자·메타 등을 거쳐 두나무에 합류한 박현중 신임 사내이사는 해외 파트너십 구축과 규제 환경 대응, 글로벌 시장 확장을 이사회 차원에서 주도하게 됐다. 규제 대응 전문가 도규상과 AI 권위자 이상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며 제도화·AI·글로벌 3각 편대도 함께 구축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와 미국 시장에 대해 협력과 투자를 지속 검토하고 있다"며 "기관·외국인 투자 관련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춰 사업 다변화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확장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날 주총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공개가 있었다. 두나무가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업비트 글로벌'에 대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것이다. 업비트 글로벌은 그동안 두나무와 "단순 제휴 관계"로만 알려졌지만, BW를 행사하면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업비트 글로벌은 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 등에서 업비트 해외 거래소를 운영해온 법인이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을 잡은 상황에서 업비트 글로벌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해외 사업을 재편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심각한 침체가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5대 거래소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억7000만달러(약 2조5734억원)로 2024년 12월 정점 대비 85% 급감했다. 국내 가상자산 보유액도 지난 2월 말 기준 6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말(121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강세와 맞물린 탈코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높은 업비트의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았다. 두나무 1분기 매출은 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6%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77.8% 쪼그라든 880억원에 그쳤다.
해외 확장의 핵심 타깃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가상자산 규제가 정비되고 있는 시장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제도권 편입을 본격화했다. 신한은행·하나은행 등 국내 금융사들이 이미 베트남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한국계 금융 인프라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미국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가상자산 기조와 클래리티법 통과 기대감으로 규제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진입 타이밍으로 적절하다는 시각이 있다.
다만 해외 확장이 단기간에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 비용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재무적 부담이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교환 공정위 심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명확하다"면서도 "해외 시장도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거대 거래소가 이미 자리 잡고 있어 후발주자로서 차별화 전략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