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C, 삼성전자 주식 기초 파생거래…계약 조건은 비공개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가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SDC)로부터 빌린 무담보차입금 20조원 가운데 절반인 10조원을 만기보다 약 2년 앞당겨 상환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본사 현금 창출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2023년 메모리 불황기 자회사 자금까지 끌어다 써야 했던 그룹 내부 차입 구조를 정상화하는 수순이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4월 23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차입한 무담보차입금 가운데 10조원을 상환했다. 분기말 기준 해당 차입금 잔액은 20조원으로, 만기는 2028년 2월 16일, 금리는 연 3.9%였다.
삼성전자는 2023년 메모리 업황 급락으로 반도체 사업 현금흐름이 흔들리던 시기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총 20조원을 차입했다. 이후 약 3년 동안 차입 잔액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이번에 만기를 1년 10개월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처음으로 절반을 한꺼번에 상환했다.
배경에는 반도체 실적 급반등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분기 말 26조7119억원으로 전분기 말 12조5816억원 대비 14조130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49조2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693억원 대비 약 34배 뛰었다.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 수익성 개선으로 삼성전자의 현금 사정은 단기간에 크게 달라졌다. 업황 침체기에는 자회사 자금으로 유동성을 방어해야 했지만, 이제는 자체 현금 창출력만으로 내부 차입금을 조기 상환할 정도로 재무 여력이 회복됐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만기를 크게 남겨둔 차입금을 먼저 갚았다는 점 자체가 삼성전자의 자금 상황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같은 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모회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례적 파생거래를 새로 체결한 점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상 파생상품 주석에는 “종속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당기 중 복수의 금융기관과 당사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차액결제형 주식선도계약을 체결했다”고 기재됐다.
차액결제형 주식선도계약은 실제 주식을 주고받지 않고, 약정 가격과 만기 시점 시장가격 간 차액만 현금으로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다만 공시에 계약 규모와 만기, 매수·매도 방향, 거래 상대방 등 핵심 조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자회사가 모회사 주식을 직접 취득하는 행위는 상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차액결제형 선도계약은 자회사가 모회사 주가와 연동된 경제적 포지션을 보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해당 계약은 차입금 상환과는 관련이 없으며, 계약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회사가 모회사 주식을 기초로 한 파생거래를 체결하는 사례 자체가 흔치 않다”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도 거래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