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사업 진입 방식, 전고체와 유사…자체 기술 해자는 미확인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아이엘이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적극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자동차 전장·광학 실리콘 렌즈 사업이 여전히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로보틱스·전고체 배터리 중심의 사업 전환 전략이 실제 사업 기반보다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아이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약 2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연결 매출은 약 252억원으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96% 수준이다. 연구개발 인력은 17명으로, 연구개발비 대부분은 인건비 중심으로 집행되고 있다. 장비 투자나 파일럿 라인 운영보다는 초기 개념검증(PoC) 및 선행기술 확보 단계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자동차 전장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존 주력 사업 고도화에 투입되는 연구인력을 제외하면, 로보틱스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 실제 배정된 순수 R&D 비용은 이보다 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아이엘은 로보틱스 및 전고체 배터리 사업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데다, 독자적인 기술 구조나 차별화된 경쟁 우위 역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신사업 홍보 흐름이 최근 자본시장의 테마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지난 2023년에는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이후 로보틱스 산업이 증시 핵심 테마로 부상하자 홍보의 중심축도 빠르게 로보틱스 분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이엘 주가는 올해 초 로보틱스 테마 수급이 몰리면서 단기간에 3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회사는 지난 2023년 송성근 대표의 모교인 가천대학교와 이차전지 핵심 특허 양도(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에는 전고체 배터리 사업 마케팅 강도를 다소 낮추는 대신 최근 들어 로보틱스 중심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로보틱스 사업 역시 중국 로봇 기업 에지봇(EdgeBot)으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받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외부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신사업 진입의 초기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 사업의 전개 방식이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보틱스 사업에서 아이엘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자사 사출라인을 통해 제조 데이터를 에지봇의 휴머노이드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지만, 산업용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은 고도화된 데이터 학습과 정밀 제어 기술이 필요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최근 공개된 LG CNS의 ‘피지컬웍스 포지(Forge)’나 NVIDIA의 ‘아이작(Isaac)’ 같은 플랫폼은 대규모 AI·로보틱스 전문 인력과 장기간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밀한 힘 제어(Force Control), 데이터 라벨링, 반복 동작 알고리즘 고도화 등이 핵심 기술 요소로 꼽히는데, 이는 관련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도 전문 인력을 따로 배치해 몇 년에 걸쳐 기술을 축적하는 분야다.
그럼에도 아이엘은 최근 신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전직연방의원협회(FMC) 방한단이 아이엘을 방문한 것도 이러한 대외 홍보 행보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FMC 방한단이 휴머노이드 로봇이 적용된 생산 공정을 확인했으며, 우주 환경에서 검증된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3D 집전체 및 3D 프린팅 기반 배터리 기술 등을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FMC 방한 행사 자체가 기술 검증이나 사업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FMC 방한과 방문 기업 선정은 민간 단체인 한중기업가협회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선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는 아이엘을 비롯해 이차전지 전해질 기업 엔켐, 체크가드, 디테크모빌리티그룹 등 코스닥 기업들이 방문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아이엘과 엔켐은 2년 연속 방문 대상 기업에 포함됐다. FMC 방한단은 올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을 이유로 아이엘을 찾았지만, 지난해에는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중심으로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아이엘 측에 현재 구체적인 기술 개발 방향과 시장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기술 경쟁력이 무엇인지 질의했으나, 회사 측은 “최근 관련 인력을 충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핵심 기술 구조나 독자적인 기술 장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확인받지 못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