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충돌 키운 '노조법 사각지대'…"갈등 완화하려면 손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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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충돌 키운 '노조법 사각지대'…"갈등 완화하려면 손 봐야"
  • 정창현 기자
  • 승인 2026.05.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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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핵심기술 시설인데 필수공익사업 대상에는 빠져있어
안전보호시설 일반 규정 두고 노사 충돌…결국 가처분으로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반도체 산업이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된 입법 공백이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격화시키는 단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가 국가핵심기술 보유 시설로 분류되는 만큼,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삼성전자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의 2차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측이 지난 4월 16일 신청한 가처분으로, 4월 29일 1차 심문에 이어 이날 2차 심문까지 마쳤다. 결정은 21일 총파업 전까지 내려질 전망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장은 심문 직후 “위법한 쟁의행위는 없을 것이고 사무실 점거만 예정돼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배경에는 ‘협정근로자’의 범위가 있다. 협정근로자는 단체협약에서 노사가 합의해 정하는 실무 용어로, 쟁의행위 중에도 업무에 임해야 하는 근로자를 가리킨다. 삼성전자는 인프라기술센터·환경안전(EHS)센터 등 143개 파트 2518명 가운데 2031명(80.7%)을 협정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노조법상 제42조 제2항에 해당하는 안전보호시설 규정을 근거로 필수 인력 유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조 측은 삼성전자 사업장이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관련 조항과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3일 평택 결의대회 현장 [사진=삼성전자 노조]
지난달 23일 평택 결의대회 현장 [사진=삼성전자 노조]

논란의 배경에는 노조법 체계 자체의 공백이 자리하고 있다. 협정근로자 지명 절차를 규정한 노조법 제42조의6과 필수유지업무 조항(제42조의2~5)은 모두 ‘필수공익사업’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현행 노조법 제71조 제2항은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철도·도시철도·항공운수사업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석유공급사업 ▲병원·혈액공급사업 ▲한국은행사업 ▲통신사업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반도체 제조업이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사전 조율 절차 자체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수공익사업의 경우 노사가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맺지 못하면 노동위원회 산하 특별조정위원회가 유지 수준과 대상 직무, 필요 인원을 결정한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은 필수유지업무 정의 자체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 절차를 이용할 수 없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안전보호시설 일반 규정을 근거로 협정근로자 수준의 인력 유지를 요구했고, 노조는 “필수공익사업도 아닌데 관련 판례까지 적용하려 한다”고 맞서는 구도가 형성됐다. 노사 간 협의로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결국 법원 가처분으로 이어진 셈이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가 11~12일 진행한 사후조정은 임금협약 분쟁을 다루는 일반 조정 절차였다. 협정근로자 범위나 필수유지업무 수준을 판단하는 절차와는 법적 근거와 담당 기구, 결정 효력이 모두 다르다. 임단협 조정 절차는 진행됐지만, 파업 시 유지 인력을 조정하는 별도 트랙은 가동되지 못한 셈이다.

이번 가처분 결정이 반도체 산업 전반의 협정근로자 기준을 직접 정립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조법에 사전 조율 절차가 마련돼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충돌이 사법 절차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가 반도체 산업의 노사 분쟁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 케이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처럼 국가 경제와 공급망 영향이 큰 산업이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 범위에서는 빠져 있다 보니, 노사 충돌이 발생했을 때 이를 사전에 조율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비어 있는 상태”라며 “결국 이번처럼 법원 판단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 갈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면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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