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노사의 '이전투구'가 공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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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 노사의 '이전투구'가 공허한 이유
  • 정창현 기자
  • 승인 2026.05.04 16: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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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론·주주·노동계 동시 이탈…고립된 노조 투쟁
성과급 넘어 협력사·비정규직까지 분배 구조 재설계 필요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5월 총파업 국면에 들어섰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둘러싼 투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이 만든 이익을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문제는 싸움이 격화될수록 정작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투쟁의 성격은 분명히 짚어 둘 필요가 있다. 평균적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 핵심 정규직 인력이 호황기 성과급의 비율을 둘러싸고 벌이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생존권 투쟁으로서의 노동운동과는 거리가 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의 불투명성과 인재 유출 우려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적어도 현 국면에서 그 논리는 충분한 사회적 동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립은 한 방향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중과부적'이다. 일반 국민과 주주, 그리고 다른 노동자 집단이라는 세 개의 다른 진영이 동시에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일반 여론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노조의 파업 예고를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노동 이슈에 비교적 우호적인 지역이나 청년 세대에서도 부정 응답이 60%를 훌쩍 넘었다. 권역과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이 일관된 거부는, 단순히 반도체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넘어 "이미 충분히 받는 사람들이 더 가져가려 한다"는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직원들을 제외한 일반 주주들 역시 대체로 노조의 편이 아니다. 올해 80% 넘게 오르며 추가 상승 여력이 거론되던 삼성전자 주가는 파업 예고 국면에서 발이 묶였다. 외국인은 결의대회 다음 날 1조원이 넘는 물량을 던졌고, 글로벌 투자은행은 성과급 충당금 부담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낮췄다.

일부 개인 주주들은 노조 집회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이익 배분 과정에서 주주가 소외되고 있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노조는 회사의 이익을 더 가져가야 할 동반자로서 주주를 호명한 적이 없고, 주주 또한 노조를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자는 같은 회사의 이익을 두고 분리된 두 트랙에서 각자의 몫을 다투는 관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4월 23일 평택 결의대회에서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들이 '째째용'이라고 적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을 밟고 지나가는 모습 [출처=블라인드]

세 번째 외면은 어쩌면 가장 뼈아프다. 다른 노동자 집단으로부터의 외면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노조가 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협력사 노동자의 처우에 대해 사회적 연대의 목소리를 두텁게 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공백 위에서 벌어지는 이번 투쟁은 노동계 안팎에서 '핵심 정규직만의 성과급 투쟁'으로 읽힌다.

평균 억대 연봉의 정규직이 호황기 성과급 배분을 위해 거리로 나선 모습이 한국 노동운동의 표상으로 굳어진다면, 진짜 생존권의 위협 앞에 선 약한 고리의 노동자들이 사회적 공감을 끌어낼 여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사회적 연대 없이 단일 사업장의 이익에만 머무는 투쟁은, 그 정당성과 무관하게 노동운동 전체의 자산을 갉아먹는다. 이번 사태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손실은 어쩌면 이 지점에 있다.

다만 이 싸움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이 노조만의 책임은 아니다. 사측 역시 이번 국면이 던지는 질문 앞에 떳떳하지 못하다. 삼성전자가 만들어 낸 막대한 이익은 그동안 임직원과 주주 사이의 분배 문제로만 다뤄져 왔을 뿐, 그 이익이 만들어지는 토대인 협력사·하청업체·사내 비정규직 등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은 충분히 드러난 적이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의 노동 위에서 굴러가지만, 이번 노사 공방의 어디에도 그 가치 사슬 단위의 분배 문제는 의제로 올라와 있지 않다. 본사 임직원과 주주 사이에서 이익을 어떻게 더 정교하게 나눌지를 두고 다투는 사이, 분배의 시야 바깥에 놓인 더 넓은 영역은 그대로 남는다.

결국 이번 사태가 노사 양측에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노조에는 "자기 사업장의 성과급을 넘어 협력사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어떤 연대의 언어를 건넬 것인가"의 질문이, 사측에는 "본사 임직원과 주주를 넘어 생태계 전반과 어떤 분배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의 질문이 놓여 있다. 양측 모두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만 답을 찾는다면, 호황의 크기가 곧 갈등의 크기가 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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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만세였지만.. 2026-05-04 16:45:28
속시원한 지적이네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건 뭐라 할수 없겠지만 적당히 해야지 곁들이는 말들도 너무 비호감에 진상짓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