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대상 58개·스코프3 3년 유예…4개 쟁점 모두 글로벌 기준과 충돌
- 각계 의견서 쏟아지는 가운데…4월 이후에도 수정 논의 지속 전망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위원회 ESG 의무 공시 로드맵 확정이 4월로 임박한 가운데, 국회 의원모임과 기후·ESG 단체들이 핵심 설계 전반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 로드맵 향방이 주목된다. 글로벌 ESG 투자자 네트워크가 한국 기업의 공시 지연을 공개 지적하고 나선 데다 각계 의견서가 잇따르면서 금융위를 향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 국회ESG포럼 민병덕 공동대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녹색전환연구소·플랜1.5·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이하 참여기관) 등 6개 단체는 전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원회 ESG 의무 공시 로드맵 초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공시 시기·공시 대상·공시 채널·스코프3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흐름에 한참 뒤처진다"고 비판하며, 초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국제 ESG 금융 시장에서 외면받고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가 지난 2월 25일 발표한 초안은 2028년(FY27)에 연결 자산 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거래소 공시로 우선 시행한 뒤 추후 법정공시인 사업보고서 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았다.
기타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3(Scope 3)는 최초 공시 시점인 2028년에서 3년 유예한 2031년(FY30)부터 의무화한다는 계획으로, 이달 말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4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공시 대상 범위다. 연결 자산 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58개에 불과하고 이 중 금융기관이 29개를 차지해 실질적인 산업 전환 대상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공급망 경쟁국인 일본이 2027년(FY26) 약 172개사, 중국이 2026년(FY25) 약 458개사로 출발하는 것과 대비된다. 참여기관들은 연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약 223개사)부터 시작하되 기업 수용성이 우려된다면 5조 원 이상(약 156개사)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우리나라가 아무리 빨라도 2033년(FY32)에야 코스피 전체로 확대되는 반면 주요국은 2030년 안에 완료된다며, ESG 정보 공백 상태에서 국제 ESG 자금이 공시가 투명한 나라의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의 스코프3 의무 공시 3년 유예 방침은 ISSB 기준보다 2년, EU 기준보다 3년 뒤처진다. 스코프3는 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평균 75~80%를 차지하는 핵심 배출량이다.
ISSB가 1년 유예를 제시하고 EU는 유예기간을 두지 않은 가운데, 일본·호주·영국도 1년 유예를 적용한다. 캐나다를 제외한 주요국이 모두 1년 이하 유예를 채택한 것과 대비된다.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스코프3를 보고하는 국내 기업은 2023년 127개, 2024년 158개에서 2025년 222개사로 급증했고, 이들은 스코프3 전체 15개 카테고리 중 평균 8개 항목을 이미 산정해 보고한다.
참여기관들은 스코프3에 대해 1년 유예를 적용하되, 추정치 기반 데이터 오류에 대해서는 산정의 합리성 확보 노력을 전제로 세이프 하버(safe harbor·면책조항)를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시 채널 설계를 둘러싼 신뢰성 논란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거래소 공시는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 간 계약관계에 근거한 구조적으로 약한 공시로, 허위 기재 시 법정 공시가 가지는 형사처벌 규정이 없고 행정적 처벌도 느슨하다. EU·영국·캐나다·호주·일본 등 주요국 대부분이 법정 공시를 채택하고 있다.
참여기관들은 거래소 공시 완충 기간을 도입하더라도 공시 대상별로 1년 정도로 설정한 뒤 차례로 법정 공시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안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법정 공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증 타임라인 부재도 문제로 지목됐다. 금융위가 로드맵에 제3자 인증에 대한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은 반면 중국은 2026년(회계연도), 일본은 2028년(회계연도)부터 제한적 인증 의무화를 시작한다. 한국은 자율 인증에 구체적 일정도 없어 글로벌 흐름에 뒤처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시 지연에 대한 우려는 업계 안팎에서도 나온다. 녹색전환연구소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ESG 담당 실무자들 사이에서 준비는 마쳤는데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관계자는 EU나 일본에 수출하는 대기업들이 해외 ESG 법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국내외 법 정합성이 맞지 않으면 이중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도 앞서 박상혁 의원 주재 ESG 공시 토론회에서 "공시 후발 기업들은 투자 유치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기후 관련 투자자 네트워크인 AIGCC도 작년 성명을 통해 한국의 ESG 공시 지연을 공개 지적한 바 있다.
4월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압박은 사방에서 거세지고 있다. 국회 의원모임과 기후·ESG 단체들이 4개 쟁점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와 국내 기관투자자까지 공시 조기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녹색전환연구소 관계자는 "로드맵이 확정되더라도 계속 수정해 가야 하는 과정"이라며 "수많은 기관이 별도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