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시 상영관 248개…CGV 제치고 1위 가능성
관객 감소·OTT 확산 속 구조조정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 2위 롯데시네마와 3위 메가박스의 합병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간 표류하던 통합 논의에 외부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침체된 극장 산업 전반의 재편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 다만 시장에서는 단순한 몸집 키우기만으로는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동시에 제기된다.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IMM크레딧앤솔루션(IMM CS)은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설립할 통합 법인에 약 3000억~4000억원 규모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기업인 롯데그룹과 중앙그룹도 각각 추가 출자를 추진하며, 거래가 성사될 경우 IMM CS가 약 40%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구조가 유력하다.
합병이 성사되면 롯데시네마 133개, 메가박스 115개 극장을 합친 통합 법인은 총 248개 영화관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현재 국내 1위 사업자인 CJ CGV(184개)를 넘어서는 규모다. 외형만 보면 단숨에 업계 판도를 바꾸는 ‘메가 플레이어’의 등장이다.
하지만 이번 결합의 배경에는 성장 전략보다는 생존 전략에 가까운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객 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데다 OTT 확산으로 관람 습관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사의 부채비율은 모두 1400%를 웃돌며 재무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으며, 메가박스 역시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의 핵심 효과를 ‘시장 지배력 확대’보다 ‘비용 구조 개선’에서 찾는다. 두 회사가 동일 상권에서 경쟁하던 구조를 정리하고 운영 시스템을 통합하면 고정비 부담을 줄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인접 지역의 극장 통폐합, 인력 및 운영 효율화 등 구조조정이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절감된 비용은 일반 상영관 확대보다 프리미엄 상영 환경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극장 산업에서 수익성을 견인하는 분야는 아이맥스(IMAX), 돌비 시네마 등 특수관이다. OTT로 대체하기 어려운 몰입형 관람 경험을 강화하는 것이 극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략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합병이 영화 산업 구조에 미칠 파급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컬처웍스의 롯데엔터테인먼트와 메가박스중앙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각각 투자·배급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의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제작·투자·배급까지 이어지는 영화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거대 배급사의 탄생이 중소 제작사와 배급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합병이 실제로 성사되기까지 넘어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대표적이다. 상영관 기준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절반을 넘는 수준이어서 경쟁 제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경쟁 구도를 전통적인 멀티플렉스 시장이 아니라 OTT 등 콘텐츠 플랫폼까지 포함한 ‘확장된 시장’으로 볼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합병 이후 성패는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크린 수 경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합병 자체가 극장 산업의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다만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게 만드는 콘텐츠와 경험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떤 합병도 장기적인 돌파구가 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