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적자…7000억 수혈에도 체력 논란
퇴직금 소송·임단협 표류…내부 갈등까지
“10년 장수 CEO”…리더십 평가 엇갈려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주주사인 푸본현대생명 보험상품 판매 직원에게 성과평가(KPI) 가점을 부여해 논란이 된 가운데, 정작 푸본현대생명 내부 사정 역시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년 넘게 이어진 적자와 자본건전성 우려, 퇴직금 논란과 노사 갈등까지 겹치며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평가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1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재원 대표 체제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KPI 덕에 판매 급증”…가점 사라지자 1%대로 급락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그동안 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 푸본현대생명 보험상품 판매 가점을 반영해왔다. 해당 상품을 판매할 경우 최대 10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향으로 우리은행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푸본현대생명 판매 비중은 지난해 15.8%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금융 계열사인 ABL생명(13.8%)보다 높은 수준이다. 자본 규모 기준으로 생보업계 상위권이 아닌 푸본현대생명이 특정 은행 채널에서만 높은 판매 비중을 기록한 배경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KPI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올해 KPI에서 해당 가점을 삭제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올해 1~2월 우리은행 생명보험 판매 비중에서 푸본현대생명은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반면 ABL생명(31.2%), 교보생명(12.2%), 동양생명(10.1%), 한화생명(8.8%)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점이 있을 때는 판매 1위였다가 가점이 사라지자 1%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판매 구조가 KPI에 크게 의존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소비자보다 주주사를 우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적자…7000억 수혈에도 체력 논란
푸본현대생명의 재무 상황도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푸본현대생명은 2022년 2019억원, 2023년 1105억원, 2024년 3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왔다. 손실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도 누적 순손실이 800억원을 넘는 등 흑자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대주주인 대만 푸본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자본을 수혈했다. 그 결과 지급여력(K-ICS) 비율은 약 230%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경과조치를 제외한 실질 K-ICS 비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구조적 수익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자본 지원이 없었다면 건전성 지표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퇴직금 소송·임단협 표류…내부 갈등까지
경영 환경은 내부적으로도 순탄치 않다.
푸본현대생명은 최근 퇴직금 산정 과정에서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했다는 이유로 퇴직자들과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고용노동부는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내렸고 회사는 일부 퇴직자에게 약 142억원의 추가 퇴직금을 지급했다. 다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퇴직자들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노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임금·단체협약 협상은 10차례 넘게 진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임금 인상과 장기근속 포상 축소 문제를 두고 회사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내부 갈등이 경영 정상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년 장수 CEO”…리더십 평가 엇갈려
이재원 대표는 2017년 현대라이프생명(현 푸본현대생명) 대표에 취임한 이후 올해로 1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대만 푸본그룹 편입을 주도하고 한때 흑자 전환을 이끌며 장수 CEO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IFRS17 도입 이후 실적이 다시 적자로 돌아서고 자본건전성 논란, 노사 갈등, 퇴직금 분쟁 등이 이어지면서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조적 사업 모델 문제와 회계 기준 변화 영향도 있지만 장기간 같은 리더십 체제가 이어질 경우 조직 쇄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올해 흑자 전환 여부가 경영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해’로 삼고 수익성 개선과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속된 적자와 내부 갈등을 감안하면 단순한 경영 전략 변화만으로는 체질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