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울산도 재편안 제출했지만 최종안은 아직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장기 불황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재편 작업이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주요 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논의가 더뎌졌지만, 이달 중 첫 구체안이 발표되며 방향성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안에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이 추진 중인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조정 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대산 프로젝트는 정부가 언급한 ‘선도 사례’로, 향후 다른 산단 구조조정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지역별 특성에 맞춘 단계적 발표 방침을 밝히며, 대산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구체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편안이 확정되면 채권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방안 협의와 정부 차원의 지원 패키지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 16곳은 여수·대산·울산 등 3대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 구상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협력 방안을 냈고,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이 공동 안을 마련했다. 다만 현재까지 대산을 제외한 다른 단지에서는 구체적인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산업부는 지난달 각 산단에 최종안 제출 일정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설비 감축 규모와 고용 문제 등을 둘러싼 부담으로 기업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설비 축소는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해관계 조정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불황 장기화 속에 기업별 생존 전략이 엇갈리면서 일종의 ‘눈치보기’ 국면도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설비를 먼저 줄이는 기업이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 지원 방향과 경쟁사 움직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해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역시 구조재편 논의를 재촉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 집계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대한유화·한화솔루션·SKC·국도화학·금호석유화학·효성화학 등 주요 8개사의 지난해 영업손실 합계는 1조5000억원으로, 전년 1조1000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 회복까지 지연되며 전반적인 수익 기반이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이 단순한 설비 축소 차원을 넘어선다고 진단한다. 일부 생산라인 가동 중단 여부 결정은 물론, 공정 통합 범위 설정과 단지 내 배관망 재구성 등 설비 재배치와 운영 효율화 작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편안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설비 조정과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산 사례에서 정부의 금융지원 규모와 조건이 어느 수준으로 정리되는지가 다른 산단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결국 구조재편의 성패는 설비 감축 이후 수익성 개선이 실제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